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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보고 나면 욕하실 걸요?”…주지훈이 전한 ‘킹덤2’의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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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킹덤'과 MBC '아이템'으로 국내외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배우 주지훈(사진=넷플릭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시작으로 넷플릭스가 한국과 처음 손잡고 만든 오리지널 ‘킹덤’ 주연에 발탁되고 연이어 현재 방영 중인 MBC 월화드라마 ‘아이템’로 국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주지훈. ‘전성시대’란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지훈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배우 중 하나다. 그런 동시에 맡는 캐릭터마다 상반된 색깔을 드러낼 줄도 안다. 연기 스타일에 호불호는 갈릴 지언정 그 실력 자체를 낮게 보는 이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주지훈도 여전히 촬영 때마다 고충을 겪는단다. 감독의 ‘레디, 액션’ 사인이 슬로우 모션처럼 들리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동작부터 시선 처리까지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는 것.

매사 여유럽고 능청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는 듯 보였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고충이 있었다. 한편으로 이만큼이나 연기를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은 주지훈이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한다. 작품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오는 연기는 화면 너머 그대로 전해지기 마련, 이는 곧 대중이 주지훈이란 배우를 계속 찾게 되는 이유가 된다.

▲ ‘킹덤’에 대한 자평, 점수로 표현한다면요?

“10점이요. 장난 아닙니다. 만점은 5점이에요(웃음)”

▲ 해외 반응도 직접 찾아봤다고요?

“엄청 찾아봤죠. (넷플릭스가) 수치 공개를 안 하니까요. 이게 영화관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SNS에 ‘킹덤’이라고 검색해 봤는데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멋없는 모자쓴 애들은 목이 잘린다’거나 ‘이 사람들은 신발은 벗는데 모자는 벗지 않는다’는 반응들. ‘K-좀비’라는 말도 봤어요. 비슷한 장르의 성공을 거둔 작품을 몇 개 예로 들면서 ‘K-좀비가 넘어섰다’고.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군가에게 그만큼의 감동을 줬다는 것 자체가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감동을 느꼈습니다”

▲ 이전에 인상깊게 봤던 좀비 장르의 작품이 있나요?

“원래 공포 영화를 못 봐요. 예전에 박성웅 선배가 영화 ‘오피스’(2014) 시사회에 초대해서 갔는데요. 오피스물의 코미디 장르인 줄 알고 갔다가 소리 지르면서 나왔어요(‘오피스’는 스릴러 영화다). 대신 서정적인 좀비물은 몇 개 봤어요. 영화 ‘월드 워Z’ ‘웜 바디스’(2013) 재밌었고, ‘좀비랜드’(2009)도 통쾌한 재미로 봤죠”

▲ ‘킹덤’이 좀비를 그리는 방식에서도 서정성을 느꼈나요?

“보면 알겠지만 잔인한 장면이 하나도 없잖아요. 좀비가 인간의 살갗을 물어뜯는다거나 하는 장면이요. 대신 정서적으로 공포감을 주는 게 있죠. 감독님이 직접적인 표현을 원치 않았어요. ‘킹덤’에서 좀비는 공포스러운 동시에 불쌍한 존재이기 때문에 표현을 절제한 것 같아요. 자신의 의도로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먹을 게 없어서, 오죽하면… (‘킹덤’에서는 굶주린 백성들이 의도치 않게 인육을 먹고 역병에 걸린다는 설정이다) 아이러니죠. 엄마가 아이를 지키려다가 (역병 걸린 백성에 물려서) 자식을 덮치게 되는. 살아서도 배고프고 죽어서도 계속 배고픈, 아이러니한 존재로 그려지니까요”

▲ 극 중 이창 역시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가여운 존재로 바라보죠

“아직 왕은 아니지만 나의 백성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라를 잘 이끌어서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만들고 싶었을 텐데. 우리도 잊고 지내던 친구나 친척이 나 모르는 사이에 힘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잖아요. 이창은 그와 비슷하면서도 더 큰 감정을 느꼈을 거예요. 여태 세자 역할을 해 봐서 공부를 했는데요. 세자는 궁 밖으로 나갈 일이 없어요. 지금도 그렇겠지만, 나라의 안 좋은 일들은 고위층까지 전달되지 않습니다. 책으로 본 것과 넓지만 작은 궁 안에서의 세상이 전부였던 이창에게 백성들의 굶주림은 큰 충격이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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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킹덤'의 이창에게 백성들의 굶주림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넷플릭스)



▲ 연기하면서는 어땠나요?

“찍기 전에 그 고민을 했어요. 이게 될까? 사극에 좀비라니, ‘매트릭스’에 처녀귀신 나온다는 거랑 똑같잖아요. 하지만 나는 작가님과 감독님을 워낙 신뢰했으니 좋은 마음으로 임했죠.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건 제작진이 ‘좀비’ 특유의 질감을 살리는 게 아니라 세세한 설정에 더 고심했다는 거예요. ‘월드 워Z’를 보고 좀비는 느리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킹덤’에서는 나루터에서 누가 ‘저게 누구여?’ 하니까 (역병에 걸린 백성이) 빠르게 달려오잖아요. (배고픔이 만든 괴물의 특성을)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장면과 섬세한 설정들로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작품은 연출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관점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거든요. 그래서 ‘킹덤’은 좀비를 괴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요. 대신 우리 이웃이고 부모이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거죠”

▲ 이 모든 이야기를 대본으로 처음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김은희 작가님 글이 되게 쉬워요. 어려운 이야기를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엄청난 능력이거든요. 플레이어(연기자)한테도 쉽고 보는 사람(시청자)에게도 쉬워요. (대본이)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도 문맥으로 다 이해가 되고, 그 감정마저 공유되는 글이었습니다. 신기했어요”

▲ 김성훈 감독과도 ‘킹덤’으로 처음 작업한 거죠?

“우리끼리 감독님을 ‘선비 양반’이라고 불러요. 극 장점만 모은 분이에요. 조곤조곤 말씀하시는데 큰소리 내지 않고도 원하는 걸 다 이뤄내요(웃음). 그래서 감독님이 아무리 고생을 시켜도 오히려 더 잘 해내고 싶게끔 만들어요. 묘한 마력 같은 게 있다니까요. 인간적으로 따라해보고 싶어요. 특히 사람이 살다 보면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불편한 이야기도 하게 되는데, 만약에 이걸 말로 못 하면 불만이 생기잖아요. 감독님한테는 그런 게 없어요. 예를 들어 촬영을 반복하는 경우에 ‘아까 찍었는데 또 찍어요?’라는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감독님도 ‘이런 사정 때문에 그러니 한번만 부탁할게요’라고 답하시고요. 그럼 나도 ‘네!’하고 일하는 거예요. 덕분에 고된 촬영이 참 즐거웠습니다. 사람이 신기한 게, 여행길이 고되어도 좋아하는 사람과 가면 즐겁고, 반대로 초호화 여행도 나와 안 맞는 사람과 함께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죠. 감독님은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분이에요”

▲ 이달부터 ‘킹덤’ 시즌2 촬영이 시작됐습니다

“감독님과 어제도 문자를 나눴는데 ‘(시즌1 촬영한 지) 1년이나 지났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고 했어요. 촬영할 때 중간에 일주일 정도 휴식 시간이 생길 때가 있어요. ‘킹덤’도 그런 느낌이에요. 잠깐 쉬고 다시 들어가는 기분이요. 바로 어제 시즌1 촬영한 것 같다니까요”

▲ 시즌1 시청 후 두 번째 시즌 촬영에 돌입하면서 신경쓴 부분 있나요?

“‘킹덤’ 보고 유일하게 억울했던 게 있어요. 내가 키가 커서 그런지 뛰는 장면에서 최선을 다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실제로는 한 번 뛸 때마다 대(大) 자로 뻗을 만큼 달렸거든요. 말을 타기만 해도 힘든데 나는 말을 따라서 뛰잖아요.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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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최근 '킹덤' 시즌2 촬영에 돌입했다.(사진=넷플릭스)



▲ 배우이자 시청자로서 넷플릭스와 작업하며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요?

“말하기 어려워요. 오해가 생길까봐요. ‘킹덤’이 첫 주자잖아요. 오해부터 풀자면,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간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작품마다 다를 거예요. 내가 알기로 넷플릭스라고 해서 20억짜리 작품에 40억을 주는 게 아닙니다. 대본을 검토해서 그에 맞는 금액을 투자하는 거죠. 어쨌든 편한 건 넷플릭스가 어디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특정 기업에서 영상 산업을 곁다리로 운영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죠. 여기서 더 직접적인 말은 할 수 없어요. 나는 어느 플랫폼과도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웃음)”

▲ 사람들이 출연료의 차이도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정찰제라는 말 아시죠? (넷플릭스가) 뒷조사를 했는지 (기존 출연료와) 얼추 맞아요(웃음). 다 본인의 능력만큼 받는 거예요. 넷플릭스라고 많이 받으리라는 꿈은 깨야 합니다. 어디서든 내 능력 이상의 것은 받을 수 없어요. 서양 사람들 정말 칼이에요, 칼”

▲ 전 세계 190개국에 작품이 공개된다는 데 사명감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감독님과 작가님은 있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없이 시작했어요. 넷플릭스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고요. 전 세계 190개국… 남이 하면 ‘대단한가보다’ 했고 내가 하게 됐다고 했을 때도 ‘나가나보다’ 했어요. 그런데 막상 ‘킹덤’이 공개되고 해외에서 좋은 반응이 오기 시작하니까 자긍심이 들더군요. 우리 옛 의복이나 한국 경치가 예쁘다니까 뿌듯하잖아요. 그걸 목적으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생기긴 했습니다”

▲ 온라인 반응 외에 ‘킹덤’의 영향력을 체감한 적 있습니까?

“‘킹덤’이 공개된 다음 날 발리에 촬영을 갔어요. 공항에 30명 정도가 나와 있더라고요. 내 쪽으로 손을 흔들길래 뒤를 봤어요. 누가 왔나 싶어서요. 알고 보니 나를 맞아준 거예요. 짧은 영어로 ‘고맙다. 나의 어떤 작품을 봤냐’고 물으니 영화 ‘신과 함께’와 ‘킹덤’을 말하더군요. MBC ‘궁’(2006) 때는 방송 후에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내가 반응을 체감할 수 있는데 ‘킹덤’은 바로 다음 날 느껴지니 신기했습니다”

▲ 한국 콘텐츠의 세계 진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너무 대단하죠. BTS(방탄소년단)도 그렇고요. 말이 돼요? 상 줘야 해요. 수많은 나라에서 아시아 하면 중국과 일본만 떠올렸잖아요. 한국은 잘 모르고요. 그런데 (이)병헌 선배나 (배)두나 누나와 같은 한국 배우들, 또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엄청나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있죠. ‘신과 함께’도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좋은 기록을 냈고요. 우리가 우리의 것을 잘 만들어나가면 (세계 진출의 길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 외국 자본에 너무 기대면, 규모가 큰 작품은 만들 수 있겠지만 동시에 한국 특유의 색도 잃을 수 있다는 걸 주의해야 하고요. 우리가 잘 먹힌 이유가 한국 콘텐츠였기 때문인데 이름만 김치찌개이고 내용물이 바뀌면 안 되잖아요. 요즘 내 주위만 봐도 엄청난 제안들이 오가는 것은 물론, 놀랄 만큼 큰 스케일의 작품들이 준비되고 있는데 모두 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류콘텐츠로서 ‘킹덤’은 어떤 성과를 냈을까요?

“시즌1이 공개되면서 시즌2가 결정됐다는 것만으로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IMDB(Internet Movie Database) 등 해외 사이트에서 ‘킹덤’이 유수의 작품들을 씹어 제끼기도 했고요(웃음). 최고 11위까지 찍었거든요. 상위 100개 작품 중 아시아 것은 유일했죠. 자랑 같지만 자긍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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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의 해외 성과를 통해 자긍심을 느낀다는 주지훈(사진=넷플릭스)



▲ 시즌2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포되지 않는 선에서 힌트를 준다면요?

“(류)승룡 선배랑 싱가포르 가는 비행기에서(‘킹덤’ 팀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시즌2 대본을 봤어요. 둘 다 ‘어? 정말?’ 이러면서 봤죠. 다들 이 극이 어떻게 휘몰아칠지 모르실 거예요. 그런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아세요? 시즌1에서 주인공이 죽어요. 내가 끝까지 살아있으리란 보장이 없단 뜻입니다(웃음). 우리(‘킹덤’ 참여진)가 더 대본을 기다린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즌2도 시즌1처럼 끝나요. 아마 보면 욕하실 걸요? 하하”

▲ 원래 작품마다 대중의 반응을 찾아보는 편이었나요?

“안 찾아볼까요? 내 생계와 관계된 거잖아요(웃음). 다 찾아보죠. (작품이) 잘 되면 ‘좋다’는 반응에 기분 좋아서 찾아보고, 안 되면 슬퍼서 찾아보고… 사실 아직 너무 헷갈려요. 평은 좋은데 관객이 안 드는 작품이 있는 반면, 흥행은 했지만 혹평받는 작품도 있잖아요. 어떤 게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생각하는 건, 해외여행 가면 그림 잘 몰라도 미술관 꼭 가잖아요. 미술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인데 수많은 작품 중에 분명히 내 발길을 잡아 끄는 게 있단 말이죠. 검색해 보면 여지 없이 명작이에요. 카페에 갔는데 내가 즐겨듣지 않는 장르의 음악이 들려요. 좋아서 검색해보면 역시 그 장르의 스테디셀러이고요. 좋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평가에도 변명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 ‘신과 함께’ 시리즈에 이어 ‘킹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아이템’까지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재밌어요. 너무 고맙고요. 행운이죠. 내가 봤을 때 좋은 작품을 주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정)우성 형이나 (황)정민 형처럼 좋은 선배들에게 배운 게 있어요. 예전에는 도전과 행동에 앞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대본에 느낌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내 시간을 더 써요. 작품이 확정되기 전이어도 쉬는 날 감독님을 만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도 하죠. 그러다 인연이 안 돼서 못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면 되고요. 과거에 비해 더 움직이게 됐습니다”

▲ 요즘 데뷔작 ‘궁’을 다시 보고 있다면서요?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요. 내가 찾아보는 게 아니고요. 재방송이 나오면 피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예전에는 쑥스러워서 못 봤거든요. 이제는 인정해요. 연기도 못 하고 촌스러운 나를(웃음). 그런데 13년 전에 촌스럽지 않은 사람 없잖아요. ‘내가 저랬지’ 인정하면서 봤더니 귀엽고 풋풋하고 한편으로 애달프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 뚝 떨어져서, 그때는 욕 먹으면서 배웠어요. 그렇게 혼자 힘들어했던 시간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얼굴에 잔주름이 하나도 없어서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하하. 그때는 나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애기더라고요”

▲ 당시 ‘궁’이 워낙 기대작이었잖아요. 때문에 신인배우 주지훈의 캐스팅 소식에 ‘저 사람이 누굴까?’ 궁금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재밌는 얘기 해드릴게요. 당시 매니저 형에게 알고 지내는 카메라 감독님이 있었어요. 그 형이 능글맞은 사람이에요. 어느 날 나한테 같이 갈 데가 있다는 거예요. (공식적인) 미팅은 아니라는데 난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거든요. ‘오디션이냐. 오디션이면 나도 준비해야하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너 누군지도 모르니까 그냥 가자’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니 열받네(웃음). 그렇게 만나서 웃고 떠들다가 감독님이 ‘너 연기 한번 해봐’ 시켰어요. 난색을 표했는데 감독님은 귀엽게 보신 것 같아요. 그때 모델 하면서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있었어요. 유일하게 영화 ‘유령’(1999)의 우성이 형 대사를 기억했죠. 그걸 막 했어요. 언제 숨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눈이 아파서 눈물이 줄줄 나는 채로요. 감독님이 왜 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창피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감정 갈무리한다고 생각하셨나? 그렇게 따로 오디션도 보지 않고 ‘궁’에 캐스팅된 거예요.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MBC ‘한뼘드라마-옛사랑’(2005)에 나왔던 걸 감독님이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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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궁'에서의 주지훈(사진=MBC)



▲ 그때의 주지훈은 지금 같은 미래를 예상했을까요?

“생각 없이 시작했으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영화를 많이 안 봐서요. 어느 날 인터뷰하는데 창피한 거예요. 기자님이, 예를 들면 ‘이번 작품에서의 연기가 킹덤에 이창 같았어요’라는데 안 봐서 모르겠는 거죠. 그때부터 DVD로 영화를 엄청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극장에 걸린 상업 영화부터 칸 수상작 같은 (예술) 영화까지요. 또 그런 영화가 (DVD 가격이) 싸요(웃음). 그래서 한때는 취향이 그쪽으로만 쏠리기도 했어요. 너무 딥하게 들어가서 익사할 뻔했을 정도로. 지금은 다시 올라온 상태고요. 취향은 변할 수 있는 거긴 한데, 밸런스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주지훈의 전성기’란 말이 나오는 요즘입니다

“고마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궁’ 때는 (인기가) 버겁고 무겁고 무서웠어요. 갑자기 관심을 받으니까 대처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어요. 지금은 지금은 경력과 시간이 쌓이면서 상황에 맞게 고마움도 표현하고, 동시에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도 찾았어요. 내가 원한다고 오는 것도, 또 가란다고 가는 것도 아닌 게 인기잖아요. 진심으로 고마울 뿐입니다. 언젠가는 사라질 거고 그러다 또 돌아올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해요. 선배들이 TV에 나와서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던 말이 이제야 조금씩 피부에 와닿고 있습니다”

▲ 그래도 말만큼 정신력을 다잡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김)성규(‘킹덤’ 영신 역)랑 포항에서 다섯 시간 정도를 걸으며 대화한 적이 있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섭고 어렵다’기에 ‘싫든 좋든 선택해서 온 것인데 무섭다고 못 해낼 거냐. 고민하지 말라’고 답하는데 순간 현기증이 훅 오는 거예요. 사람에게 저마다 방어기제라는 게 있잖아요. 나를 보호하고 있던 기제가 몇 년 만에 깨진 겁니다. 그때 느꼈어요. 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고 있구나. 평소에 늘 ‘그냥 하는 거지, 뭐’ 얘기해왔는데 그게 나를 보호하기 위한 막이었던 거예요. 실제로는 촬영할 때마다 감독님의 ‘레디, 액션’ 사인이 슬로우 모션처럼 들려요. 그 사이에 ‘이런 행동을 먼저 할까?’ ‘상대 배우를 쳐다볼까?’ 뇌를 쥐어짜서 연기하고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나봐요. 그날의 대화로 스스로 A/S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쉬는 날에는 감정 갈무리 잘 하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또 현장에서는 더 솔직해지자고요”

▲ 지금은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나요?

“글쎄요(웃음). 멘탈은 강해지지 않아요. 그저 나를 믿을 뿐이죠”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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