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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BIFF 리뷰] ‘뷰티풀 데이즈’ 의미 있는 연출, 비극 속 희망을 피워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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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의 조용히 가슴을 울리는 아픈 역설은 관객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이나영)와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젠첸(장동윤)에 대한 이야기다. 두 사람이 만나면서 하나 둘씩 과거의 일들이 밝혀진다.

영화는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그리고 평면적인 분위기를 입체적으로 바꾸어 주는 조명과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인배우인 장동윤은 순박하게 생긴 얼굴로 치기 어린 청년의 감정기복을 표현한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눈빛, 그리고 위화감 없이 소화한 연변 사투리는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관객들이 장동윤을 젠첸 그 자체로 보게 만든다.

결혼 후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은 이나영의 연기도 인상 깊다. 극중 등장하는 엄마는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나영은 감정의 깊이를 잘 파고들었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나오는 슬로우 모션 장면에서 이나영이 보여준 눈빛과 손짓, 표정은 영화의 모든 전개가 함축돼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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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음악은 주인공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살리는 역할을 제대로 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붉은 톤을 지니고 있고, 중간중간 파란 빛이 더해진다. 붉은 색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색감을 잘 살린다. 특히 깜빡거리는 불빛으로 불안함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효과로는 주인공들의 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음악과 소리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며 긴장감을 부여하는 소리들이나 동양적인 색감과 다른 이국적인 음악이 깔리는 것 또한 작품의 묘미다. 이런 것들은 장면장면 모든 것이 일체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비언어적인 요소를 전달하는 세련된 방식이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가 주는 여운이 더 깊게 만든다. 극중 엄마는 술집에서 일을 하는 여성에 비극적인 개인사까지 지닌 인물. 보통 영화 속 이런 서사에서는 여성의 모습이 고착된 관념에 의해 풀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뷰티풀 데이즈’에는 자극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정도로만 표현해 한 가족이 해체되고 모이기까지의 과정에서 오는 절망감과 애틋함에 집중할 수 있다.

‘비극에 지지 않는 여성이 보여주는 희망’이라는 메시지 또한 명확하게 전달한다. 열린 결말을 보는 관객들이 찝찝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지니게 만드는 ‘뷰티풀 데이즈’는 영화 그 자체를 통해 역설을 증명했다. 오는 11월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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