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사진=필름케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마냥 사랑스러운 역할이 아니라 좋았죠”
근 1년 전 인터뷰에서 박보영은 작품 선택할 때 기준을 언급한 적이 있다. 드라마로는 대중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모습을, 영화는 스스로 좀 더 욕심을 부려도 되는 작품을 택한다고 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본인의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박보영의 모습도 담긴 작품이다.
‘너의 결혼식’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과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의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작품. 박보영은 본인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강단 있고 현실적인 승희 역을 통해 목마름을 해소함과 동시에 대중에겐 첫사랑 이미지까지 각인시키게 됐다. 참 영리한 배우다.
▲ 오랜만에 보는 첫사랑 영화라 반갑네요. 예전에 드라마는 대중이 원하는 것, 영화는 욕심을 부려도 되는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었는데 ‘너의 결혼식’도 그 기준에 부합된 작품인가요?
“로맨스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일단 시나리오가 많이 없었어요. 승희는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선택을 후회하는 우유부단한 친구가 아니에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어요. 대중들은 나의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 드라마론 그런 걸 보여주려고 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욕심을 다 버리긴 어려워서 영화는 내 안에서 욕심 부릴 수 있는 걸 선택해요. 승희도 마냥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이 아니라 좋았고 그래서 선택했어요”
▲ 마냥 사랑스럽지 않다면, 실제 박보영과 닮은 지점이 있나요?
“나랑 안 닮아서 더 매력적이고 동경의 대상이에요. 현실에서 나는 눈치도 많이 보고 우유부단한 면이 많은데 승희는 완전 다른 친구죠. 후회가 없는 친구인 것 같아서 더 멋있어요. 물론 나한테도 승희가 가진 까칠하고 차가운 면이 있지 않을까요”
▲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이번에 상대역인 김영광 씨도 그 효과를 보는 것 같고. 그 비결은 뭔가요?
“일단 내가 그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작품을 할 때 다 잘해야 좋은 영화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작품이 이상하게 가는 지름길이에요. 특히나 이번 영화는 우연이의 시선으로 가야 되니까 우연이가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거니까요. 자칫 집착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김)영광 오빠가 그렇게 표현해서 순수하게 비춰지는 것 같아요. 내가 한 건 딱히 없어요. 빨리 친해지려고 했던 정도?”
▲ 첫사랑에 대한 영화잖아요. 실제 박보영의 첫사랑은 어땠나요?
“안 그래도 영화를 하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승희는 자신의 일대기를 같이 한 친구가 첫사랑이잖아요. 이런 걸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렇게 보면 난 첫사랑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어요(웃음) 사연 많은 이별이나 몇날 며칠을 울었던 기억도 없어요. 좋아하는 감정은 알지만 사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그럼 본인이 생각하기에 첫사랑의 조건이 있나요?
“일단 엄청난 사연이 있어야 해요(웃음) 단순히 좋아해서 사귀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게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엄청나게 고통을 겪어야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랑을 한다고 했는데 그건 사랑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 그런 걸 보면 내가 한건 뭔가 싶어요”
▲ 현재 29살, 승희와 비슷한 또래인데 승희처럼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해봤나요?
“짧다면 짧고 길면 길 수 있는데 데뷔한 지 12년차가 됐어요.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 맘대로 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일에 대한 욕심은 항상 있어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서 선택한 작품도 있었죠. 조금씩 동그랗게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게 서른이 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한두 해 안으로 끝날 고민은 아니죠. 예전엔 왜 나를 이런 이미지로만 봐줄까 고민이 많았는데 너무 바꿔버리는 것도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여러 가지 작품을 하고 캐릭터를 하고 조금씩 넓혀가고 싶은 게 나름의 대비책이에요”
▲ 그렇다면 3초의 운명을 믿나요?
“아직 경험이 없어요. 첫 눈에 반하는 걸 꿈꿨는데(웃음) 난 누굴 좋아할 때 오래 지켜보는 편이에요. 대화를 많이 해보고 내가 생각하는 사람인가 봐요.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내가 까다로운사람이더라고요. 나보단 생각이 성숙했으면 좋겠고 취향, 관심사가 같아야 돼요”
▲ 데뷔를 일찍 했잖아요. 이제 연기할 때 여유를 좀 찾았나요?
“연기적인 것은 하나도 여유가 없어요. 아직도 첫 촬영이 무서워요(웃음) 다만 긴장이 풀어지는 기간이 좀 짧아지긴 하는 것 같아요. 하면서 늘어야 하는데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낄 때도 있어요. 그런 작품은 촬영 내내 힘들어요. 그 단계를 언제쯤 넘을 수 있을까 고민해요. 못 넘으면 시골 가서 농사지어야겠다고 생각도 했어요. 근데 농사도 어려워요. 최근에 시골에 상추를 심었는데 고라니가 다 먹었어요(웃음) 거기 가면 어르신들이 나한테 관심도 없어요. 너무 편하고 생각이 많았을 때 갔는데 좋았어요”
▲ 배우라는 꿈을 이뤘는데, 현재 꿈은 뭔가요?
“다 이루었다고 할 수 없죠. 제일 고민이 많은 게 요즘이에요. 근데 내가 가진 고민이 다른 이들에겐 고민이 아닌 걸로 다가올 수 있잖아요. 어떤 이에겐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어서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어려워졌어요. 지금은 꿈을 꾸기 보단 한 해 한 해 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올해 목표는 작품이 아니라 작년의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노출이 됐잖아요. 내가 내 자신을 너무 안 예뻐하고 자책하고 싫어했더라고요. 못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을 했어요. 자기애가 부족한 사람이라서요. 그래서 지금도 나를 사랑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