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가수 장희원의 노래를 제대로 들은 건 한 페스티벌에서였다. 무대 위 장희원은 음원과 다를 것 없는 출중한 라이브를 보여줬다. 워낙 독특한 음색을 지녔기에 실제로도 곡의 분위기가 재현될 지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았을 터. 장희원은 여기에 재치 있는 진행까지 곁들였다. 더 나아가 데뷔한 지 2년이 막 지난 신인가수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이 상당했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만 한 포인트였다.

이후 무대 아래에서 다시 만난 장희원은 의외였다.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가는 그는 차분해 보였는데 속으로는 아니었는지 그는 “지금도 횡설수설하고 있다”면서 민망해했다. 장희원에게 음악이란 이렇게 정돈이 되지 않은 자신을 수도 없이 다듬고 다듬어 내보이는 결과물이었다.

▲ 무대에서 멋지더라고요. 관객들이 노래를 다 아는 걸 보니 음악 팬에서 더 나아가 ‘장희원의 팬’인 분들도 많은 것 같던데요?

“무대 오르기 전에는 지금도 떨려요. 티를 안 내려고 할 뿐이죠. (웃음) 예전에는 나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다양한 음악을 들어 보려고 오신 분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면 이제는 관객 중 몇 분은 장희원을 좋아해주시는 분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노래를 잘 들려주는 것 외에도 토크를 한다든가, 커버곡을 한다든가 부수적인 것들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좋아하는 사람과 손이 닿을락 말락 하는 과정을 담은 ‘5cm’의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어요. 밴드 세션 멤버와 함께 서로의 손이 가까워지는 퍼포먼스를 펼쳤잖아요. 반응이 뜨겁던데, 이 곡이 가장 인기가 많은가 봐요

“다들 공감을 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노래에 100% 실화를 담거든요. 내가 듣고 보고 느끼고,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쓰죠. 일상생활에서 문장을 떠올리고 거기에 살을 계속 붙이는 과정을 반복해요. 예를 들어 구름 모양이 계속 바뀌는 걸 본다면 ‘내 모습도 이렇게 자꾸 변하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거죠. 곡 쓰기 전에는 생각을 오래 하는 편인데, 가닥이 잡히면 그 뒤로부터는 빠르게 진행해요”



▲ 평범한 일상에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더하는 셈이네요.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면서 자신도 모르던 모습을 발견한 적은 있나요?

“그동안 내가 쿨한 줄 알았어요. (웃음)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써 내려간 가사를 보니 아닌 거예요. 고백도 못 하고 언제나 짝사랑이고. 노래의 결말도 해피엔딩이 없거든요. 찌질하더라고요. 그래도 노래를 통해 파악하게 된 내 모습이 좋아요. 또 다들 시선이 독특하다고 하시는데,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 최근 발표한 신곡 ‘여름땡’은 ‘얼음땡’ 놀이에서 착안한 곡이죠. 너로 인해서 여름이 ‘땡’하고 녹아내려 더위가 풀린다는 내용인데, ‘여름 노래’치고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내 딴에는 거의 댄스 곡 수준으로 신나는 노래를 썼는데 다들 차분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내가 아무리 빠르다고 생각한 곡들도 다들 조용하게 들어주세요. 목소리 자체가 차분한 편이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원래 성격은 안 그래요. 오히려 횡설수설하고 약간 들떠 있어요. 음악을 하는 이유도 그래서고요. 음악을 만들면서는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을 시간이 있잖아요”

▲ 그럼 장희원의 깊숙한 성향과 가장 닮은 곡은 뭐에요?

“지난해 발표한 미니앨범 ‘ㅎ/’ 타이틀곡 ‘배드민턴’이요. 가장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곡이에요. 노래를 들어보면 정신없기도 하고 차분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들이 다 뒤섞여있어요”



▲ ‘여름땡’은 원래 본인이 부르려던 곡이 아니었다고요. 그런데도 장희원이 그간 보여준 곡들과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네요

“다른 가수에게 주려고 만들었던 곡이라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지금까지는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듣는 분들이 별 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는 더 대중적으로 시도해도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내 최대치가 남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여름땡’을 통해 많은 공부가 됐어요”

▲ 보이는 것보다 더 은은한 내면이 보여요. 그런데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고민이 된 적은 없어요? ‘내 색깔이 명확하지 않은 건가’ 싶을 수 있을 듯해요

“평소 음악을 들을 때도 얕고 넓게 음악을 듣는 편에요. 롤모델이나 좋아하는 가수도 딱히 정해놓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이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해볼 수 있으니까요”

▲ 그럼 ‘여름땡’에서도 새롭게 시도한 게 있나요?

“예쁜 척하며 노래를 한 것? (웃음) 목소리가 어두운 편이라 밝게 부르려고 노력했어요. 또 요즘 칩튠 사운드에 빠져 있어서 8비트 소스 같은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여름땡’을 그 버전으로 편집해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 신곡 외 앨범 형태든 음악공부든 자유로운 범위에서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흐름이 깃든 앨범을 내보고 싶어요. 단순한 미니나 정규 형태가 아니라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앨범 제목이 ‘컨트롤’이면 트랙의 제목은 ‘s’ ‘v’와 같은 식으로요. 앨범 재킷도 그래요. 동일한 그림체로 시리즈를 잇는 가수 분들 많잖아요. 그런 게 멋있더라고요. 지금 내 커버에도 뒷모습이 계속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 노래를 만들 때 이야기와 그의 전달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데 소리의 측면에서는 어떤가요? 미디를 사용하는데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점이 돋보여요

“스스로 듣기에도 편안하고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진짜 악기 소리인지, 미디로 만들어낸 소리인지 인식이 되지 않았으면 하죠. 말하고자 하는 걸 잘 들리게 하기 위해 소리를 만드는 건데 메시지 외의 것들이 더 돋보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건 가사의 전달이에요”

▲ 결국 내 이야기를 잘 정돈해 들려주고 싶은 욕심이네요. 꾸준한 공부와 수많은 경험도 이야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거고요. ‘나’를 잘 들려주기 위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원하는 목표는 늘 쉽게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에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이게 원동력이 돼요.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마음에 차근차근 목표를 실천해나가고 있죠. ‘몇 년 뒤에는 무얼 하고 있을 거다’라는 계획이 있거든요. 실제로 고등학생 때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는데 레이블 광합성에 들어가면서 그 꿈을 이뤘어요. 또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는데 대상을 수상했어요. 예상보다 1, 2년씩 늦긴 했지만 결국 이뤄졌고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는 목표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인데 이것도 1, 2년 후에는 성사되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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