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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전소민 “내 연기 점수 6.6점, 새로운 연기 원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배우에게 “예능에서 보던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실례일 수도 있으나, 이 말이 연기와 직결된다면 칭찬이 될 수도 있다. 배우 전소민의 경우가 그렇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솔직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로 변신에 성공한 전소민은 최근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그 영향력을 십분 발휘했다. 극중 전소민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고지인을 연기했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정의로운 성격과 함께, 할 말 다하면서도 발랄한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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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사진=엔터테인먼트 아이엠)



■ 전소민이 처음으로 도전한 것들

“2년 만에 한 작품이라 긴장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메디컬 드라마와 미니시리즈 주연도 처음이었죠. 수술신 하나에도 신경 써야 할 게 정말 많더라고요. 즐겁게 봤던 메디컬 드라마가 이렇게 공이 드는 작품이구나 느껴서 선배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우리나라 기술이 좋다는 생각도 했어요. 극중 신생아를 꺼내는 장면이 있는데 인형이 진짜 아기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직을 연기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을 잘 파악하고 임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크로스’는 메디컬 분야 중 장기기증이라는 소재를 다뤄 그 특수성이 더했다.

“참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더라고요. 의사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의감도 많이 느낀다고 하시더라고요. 계속해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는 것도 있잖아요. 레지던트 시절에 열정이 넘쳤다면 점점 무뎌진다고 하더라고요. 또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감정을 표출해서도 안 되고요. 연기를 하면서 그런 점에 공감돼 슬펐어요. 그래도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를 연기하면서 기뻤던 건 의료진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도 느꼈다는 거예요”

여기에 전소민의 캐릭터에는 ‘멜로’도 있었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고지인은 강인규(고경표)와 썸을 타며 핑크빛 관계에 가능성을 내비쳤다.

“15회까지 쭉 달리다가 마지막에 그게 좀 풀어지는 신을 찍으니 부끄럽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여지를 주고 예쁜 남녀 사이로 끝낼 수 있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고경표는 나이보다 성숙해요. 장난기가 있을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는 프로다운 면모가 투철한 친구더라고요. 배울 점이 많았어요. 스태프 분들이 할 일도 세심하게 챙기는 등 더 많이 움직이고 열심히 하려고 해요. 본인 일이 아니어도 솔선수범하고요. 그를 보면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정말 똑똑한 친구구나’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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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사진=엔터테인먼트 아이엠)



■ ‘크로스’의 악재,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고경표와는 깊이 있는 연기로 호흡을 맞추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사실 ‘크로스’에는 악재가 하나 있었다. 바로 극중 주연이었던 조재현이 성추문으로 인해 중도하차를 하게 된 것이다.

“스토리가 크게 수정된 부분은 없다고 들었어요. 일이 있고나서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거나 뵐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연기할 때 힘든 건 없었고, 다만 시청자 분들도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게 하는 게 임무였어요. 많은 경험을 해 와서 그런지 단단해진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았어요. 흔들림 없이 연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죠”

전소민은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이 업계에서 오랜 시간 일 해온 여성, 그리고 배우로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전소민은 이 이야기에 대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나도 13년 넘게 일을 해오고 있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 그랬지’ 싶은 거죠. 이제야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거지, 예전부터 당연하게 일어나던 일이에요. 게다가 이런 일은 직장 등 어디에서나 일어나지만 우리는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먼저 드러난 것뿐이고요.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앞으로의 후배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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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사진=엔터테인먼트 아이엠)



■ 연기인생의 변곡점이 된 예능

그렇게 우여곡절을 넘기고 드라마를 마친 지금, 전소민이 스스로에게 주는 연기 점수는 6.6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그리고 스스로에게 아쉬운 면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보고 매긴 결과다.

“고지인의 이야기가 많이 풀린 편은 아니에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고 느껴진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크로스’는 의미가 있어요. 오랜만에 한 작품이기도 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기에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거든요. 장기기증에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 역시도 생각 중이고요”

전소민이 말한 ‘새로운 시작’이라는 표현은 ‘변화의 기점’이기도 하다. 드라마 ‘오로라 공주’로 고착되어 있던 이미지를 예능 ‘런닝맨’을 통해 깼고, 그 뒤로 처음 임한 작품이 ‘크로스’이기 때문이다.

“예능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존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폭 넓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그 중 시청자 분들이 어떤 걸 좋아해주시고 반응을 보여주시는 지 알 수 있잖아요. 지금도 예능을 통해 많은 걸 보여드리고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아직 못 보여드린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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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사진=엔터테인먼트 아이엠)



■ “내 감정에 솔직해질래요”

시종일관 밝은 톤이었던 전소민의 목소리는 ‘런닝맨’ 이야기가 나오자 더욱 고조됐다.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고 있는 이광수에 관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그는 “광수오빠와 팔찌가 같다고 다들 오해하시는데, 스타일리스트가 같은 거다. 열애설 의혹을 받고 이광수와 함께 스타일리스트 욕을 했다”고 말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예능과 작품 병행을 처음 해보는 건데, 지효언니와 광수오빠가 정말 대단해 보였어요. 너무 빠듯하더라고요. 그래도 예능 촬영장 가면 즐거워져서 힘들더라도 앞으로 계속 같이 하고 싶어요. 광수오빠에게도 여러 번 조언을 구했어요. 지금은 (‘라이브’ 촬영 중인 이광수보다) 내가 먼저 끝났으니 힘내라고 말해줘야 할 것 같지만요”

전소민은 부지런한 배우다. 단순히 예능과 작품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욕심을 보여서가 아니라, 그때그때 주어지는 것에 적응하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터뷰 날에도 전소민은 먼저 자리에 앉아 취재진과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친근함을 더했다. 차근차근 자신을 깨고 올라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보인다.

“작품을 해도, 안 해도 항상 고민이에요. 늘 연기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끝도 없고 답도 없어서 너무 어려워요.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슬픈 고민도 들고요. 계약직인 느낌이 여기서 딱 오는 거죠. (웃음)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어 마음이 아프긴 해요. 그래도 지금처럼 내 감정만큼은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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