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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사회] ④당신은 ‘홀로 살아갈 자유’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


“당신은 솔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대부분 ‘애인의 유무’를 묻는 의도로 가장 먼저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솔로’의 폭을 넓힌다면 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즉 1인가구도 포함한다. 이처럼 여러 각도의 솔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가리켜 우리는 ‘솔로사회’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는 ‘연애 혹은 결혼하지 않을 자유’가 새롭게 등장했다. 앞으로 풀어나갈 글은 “솔로들이여, 일어나라!”와 같은 찬양이 아니다. 단지, 솔로(싱글)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현상의 재확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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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정상회담'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10명 중 7명.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향후 혼자 살 의향도 높다는 입장을 보인 비율이다.(2017 KB경영연구소 보고서) 스마트인사이트 조사(2015-2017)에서도 비혼의 장점을 언급하는 긍정적인 비율 역시 65%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6월 JTBC ‘비정상회담’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소신껏 사는 나, 비정상인가요?’를 안건으로 삼았다. 당시 출연한 한혜연은 “일을 하면서 시기적으로 많이 놓치기도 했지만 주변엔 결혼을 안 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며 “비혼족도 축복 받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이 있으니 소신껏 삶을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우에노 지즈코)’ ‘혼자 살아가기(송제숙)’ ‘선택하지 않을 자유(이선배)’ ‘블랙 코리아(권기둥)’ ‘연애하지 않을 자유(이진송)’ 등 비연애와 비혼, 1인 가구를 다룬 책들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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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출판사 제공)



더 나아가 이 같은 현상의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싱글라이프를 말하는 태도다.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자신의 비연애·비혼에 대한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책도 현상을 읽어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제목만 보더라도 홀로 살아가는 이들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SNS 채널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과 찬반입장을 활발히 표현했다. 트위터에서는 무려 7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다른 글을 공유하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스마트인사이트). 이처럼 수치로만 느껴졌던 현상은 실제로 점점 피부로 와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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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비연애·비혼의 이면: 사회 문제가 아닌 바로 편견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양상은 솔로를 보는 시선이 여전히 부정적이기에 나타난다. 다양한 가치관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굳이 솔로를 주장하며 나서는 일도 없었을 거다. 지긍의 사회는 말할 자유는 주되,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풍토다.

혹자는 ‘자발적 솔로’라는 표현을 두고 ‘정신승리’라고 치부한다. 오랜 기간 혼자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의지는 묻지 않은 채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비혼을 긍정하는 반대편 35%는 입장의 이유로 ‘눈치 주는 사회(비정상 취급)’ ‘결핍, 한심이라는 낙인’ ‘나만 비혼주의 같은 불안감’ 등을 꼽았다. 보다 결혼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여성들은 ‘비혼’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낙태하다’ ‘꺼리다’ ‘탓하다’ ‘후려치다’ 등 부정적인 감성표현어를 떠올렸다.

비혼에 대해 압도적으로 높은 공감과 막상 이를 대하는 소극적인 태도 간 괴리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모씨(31·여)는 “심지어 혼자만의 시간도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 가끔 ‘넌 왜 점심 먹고 꼭 혼자 시간을 보내니?’ ‘혼자 재밌니?’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심지어 일부는 비혼주의를 저조한 출산율, 고령화 사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는다. 하지만 비혼주의가 사회의 어두운 면에 일조한다고 여기는 것부터가 뿌리 깊은 선입견으로부터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이다. 이와 관련한 방송 노출이나 기업의 변화도 따지고 보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하는 타깃팅 전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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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정상회담' 화면 캡처)



■ 또 하나의 선택지, ‘존중’해야 할 삶의 방식

여기서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희망은 인식이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찾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지 않는다. 연애나 결혼을 하고 말고의 선택은 사회적 용인을 받아야 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한 말이 있다. “연애와 결혼은 개인의 영역이며, 이에 대한 선택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서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이것이 바로 현재 사회에 필요한 시선이다.

이모씨(28·여)는 “나는 혼자 있을 때 더 안정감을 느낀다. 그 영역에 누군가를 들여놓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친구들을 만나지 않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러니 연애 혹은 결혼을 안 한다고 사회부적응자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양모씨(30·여)는 “사회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계를 맺는다면, 개인의 영역은 존중 받아야 한다”고, 유모씨(31·남) 역시 “사람들은 모두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존중하는 게 맞다. 나 역시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비혼주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자 하는 입장의 김모씨(28·남) 또한 “비혼주의를 택했다는 것에 의아함과 안타까움도 있다. 어쩌면 화려한 결혼의 이면에 감춰진 것들이 수없이 노출된 사회분위기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비혼주의에 대한 편견은 없다. 결혼이 필수인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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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그 제공)



■ 나 혼자인 듯, 혼자 같은, 혼자 아닌 너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작가 리즈 투칠로는 소설 ‘싱글로 산다’에서 “우리가 앞으로 세상의 모든 싱글들에게 해야 할 질문은 ‘왜 싱글이에요?’가 아니라 ‘싱글로 어떻게 지내세요?’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명하고, 혼자인 사람들이 어떻게 어울리고 흩어지는지에 집중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프로그램은 예전 방송분에서 패널들끼리 ‘결혼 언제 하냐’ ‘연애 안 하냐’와 같은 질문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장면을 내보낸 적도 있다. 하지만 멤버들은 상대방의 생활을 관찰하고 끼어들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삶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적당한 선을 긋는 법을 깨우쳤다.

출연진 이시언은 패션매거진 보그를 통해 “무지개 회원들은 안 맞는 듯 잘 맞고, 서로를 막 대하지도 예의를 지키지도 않고, 서로 막 좋아하지 않지만 싫어하지도 않는다. 희한한 조합이다. 그래서 좋다”고 말했다. 박나래 역시 “때론 나 혼자지만 때론 나 혼자 살지 않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썼다.

멤버들은 더 이상 편견에 갇힌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위치에서 재밌게 살다가 다 같이 모여 술도 마시고 여가시간을 보내며 ‘우리’가 된다. 이런 모습은 ‘나 혼자 산다’가 인기와 공감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자, 현대의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더 이상 솔로는 비연애·비혼의 반대말이 아니다. 오히려 솔로들이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창출하고 관계를 구축해 나가며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간다. 이것이 바로 ‘솔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솔로사회①] “비혼·비연애 선언” 우리는 ‘안’ 하는 거라고요
[솔로사회②] 일코노미부터 비혼식까지...세상을 바꾸는 솔로들
[솔로사회③] 삼포세대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시선
[솔로사회④] 당신은 ‘홀로 살아갈 자유’에 간섭할 수 없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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