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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영화 '코코'…음악하는 남자는 정말 '나쁜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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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멕시코에는 ‘죽은 자들의 날’이란 명절이 있다.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어지는 명절 기간 동안 멕시코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추모’를 갖는다. 설탕이나 초콜릿으로 해골 모양을 만들어 죽은 이의 제단에 올리고, 해골 복장을 한 채 묘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음습한 공동묘지 주변에 환하게 불을 비추고 그대로 밤을 지새우는 것도 예삿일이다. 1년에 한 번씩 저승에서 찾아오는 사자(死者)들을 맞아 뜻깊은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다.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바로 이 ‘죽은 자들의 날’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뮤지션을 꿈꿔 온 열두 살 소년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날’을 맞아 열리는 마을 음악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다. 미구엘은 가족 몰래 기타를 연습하지만 ‘음악’이라면 덮어놓고 반대하는 할머니가 그의 기타를 부숴버리면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에 미구엘은 오래전 유명을 달리한 스타 가수 델라 크루즈의 묘지에 있는 기타를 훔치고,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죽은 자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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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코코’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인의 꿈’과 ‘가족애’란 화두를 절묘하게 배치한다. 여기에는 4대가 함께 사는 미구엘 가족이 음악가였던 고조할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는 설정이 주효하다. 때문에 미구엘에게 있어 고조할아버지는 아내와 딸을 버린 이기주의자인 동시에 동경의 대상으로서 베일에 싸인 존재로 여겨진다. 영화 중반 이후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집안 어른들과 더불어 롤 모델인 델라 크루즈를 만나는 전개는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델라 크루즈로 대변되는 미구엘의 꿈과 모계 혈통으로 전수되는 전통 사이를 가로지르는 서사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천신만고 끝에 동경하던 델라 크루즈를 만나면서 밝혀지는 고조할아버지의 진실, 그리고 저승의 조력자 헥터의 역할은 자아실현과 가족애를 아우르는 디즈니·픽사 특유의 해피엔딩으로 부족함이 없다. 일견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결로 비치던 서사가 클라이맥스를 통해 화해로 귀결되는 결말은 큰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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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국내 관객에게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저승의 면면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특히 이승과 저승을 잇는 넓고 긴 다리는 주황빛 꽃잎들로 뒤덮여 문자 그대로 ‘꽃길’로서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여기에 공항 출입국 수속을 연상시키는 이승-저승 간 왕래 장면, 해골 형태로 존재하는 ‘죽은 자’들이 되레 ‘산 사람’인 미구엘을 무서워하는 장면 등은 퍽 유쾌하다. 이 와중에 죽은 자들의 세계에 사는(?) 이들이 이승의 가족들에게 잊혀지면 ‘진짜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설정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멕시코 문화를 한껏 녹여낸 영화의 만듦새도 탁월하다. 짙은 피부색에 특유의 영어 발음까지 사실적으로 표현된 ‘코코’ 속 인물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그랬듯 제3세계의 주인공을 친근하게 그린다. 적재적소에서 희로애락을 부각하는 극중 OST 넘버들 역시 멕시코 특유의 플라멩코 기타 연주 속에서 귀를 제대로 호강시킨다. 영화 말미 미구엘의 음성으로 불리는 ‘리멤버 미(Remember Me)’에는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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