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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흑기사’ 서지혜, 완벽하고 불완전해서 더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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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CH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완벽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결함이 없이 완전한’이다. 부족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표현과 사용될 경우 어색하거나 모순이 될 수 있다. 이 모순적인 인물이 존재한다면 단연 ‘흑기사’ 속 서지혜다.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간다.

서지혜는 ‘흑기사’에서 양장점 디자이너 샤론을 연기한다. 과거 분이(신세경)의 저주를 받아 죽지도 못하고 200여 년의 세월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만큼 경험으로부터 나온 내공이 대단하다.

여기에 까칠하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더해져 ‘파워당당’한 면모를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던 대답하고 싶은 말에만 시니컬하게 대답하며, 샤론이 걷는 길은 곧 런웨이가 된다. 빠른 시간 안에 남자들을 넘어오게 할 수 있다는 유혹의 기술도 갖추고 있다.

가끔씩 재수 없어 보일 때가 있어도 이런 자신감은 샤론만이 지닐 수 있는 전매특허다. 클로즈업될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서지혜의 비주얼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해 샤론 고유의 분위기에 더욱 수긍이 간다.

이런 샤론은 악역이다.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샤론을 두고 ‘밉지 않은 악역’ ‘귀여운 악역’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완벽한 샤론에게서 빈틈을 보아서가 아닐까. 샤론은 본인 스스로 완벽한 인물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만,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허점투성이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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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CH 엔터테인먼트 제공)



샤론은 ‘옛날 사람’인 만큼 자신도 모르게 올드한 언행이 툭툭 튀어나온다. 유행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다. 케이크를 일본말인 ‘케키’로 쓴다거나 스트레스 받는다며 찾는 달콤한 간식이 엿이나 한과인 수준이다. 늘 스타일리시한 의상에 세련미를 품고 있는 샤론의 입에서 나오는 그 옛날의 잔재는 웃음을 자아낸다.

샤론에게는 어린 아이 같은 면모도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철이 없다. 같은 처지에 놓인 백희(장미희)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도 고집을 부려 꼭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심지어 몸에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라는 뜻의 ‘구천지귀’ 문신이 처음 새겨졌을 때, 심각한 줄도 모르고 ‘멋있지 않냐’고 묻는다.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체크하며 확인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샤론은 승구(김설진)에게 ‘내가 더 예뻐, 쟤가 더 예뻐’ 질문을 던지는데, 눈치 없이 솔직히 대답하면 눈을 흘기며 토라진다. 그래놓고 입에 발린 칭찬 한 마디에 사르르 녹아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늘 곁에 있는 백희가 성숙한 어른이기 때문에 더욱 비교가 되는 것도 있다. 한편으로 고고한 척 하지만 사실은 백희와 함께 어떤 일을 겪을까 불안해하는 모습은 불완전의 연속이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지만, 그 결과까지 받아들일만한 담대함은 없다.

궁극적으로 샤론이 하는 행동의 모든 발단이 되는 ‘사랑’도 온전하지 못하다. 샤론의 마음은 짝사랑에 결국 집착으로 변한 삐뚤어진 마음이다. 그렇게 샤론은 완벽하지만 자꾸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복한다. 캐릭터의 충분한 전시에 더해진 괴리는 더 매력적인 샤론을 만들어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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