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박스 제공
20여년간 스크린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해 온 송강호지만 ‘택시운전사’는 처음 느끼는 고통이었다. 1980년 5월 당시 송강호는 중2였고 이후에도 그 사건을 유심히 봐왔던 세대다. 많은 사실을 알고 촬영에 임했지만 그는 ‘택시운전사’에서 그 상황이 재현됐을 때 고통을 느꼈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택시운전사’는 김만섭(송강호)는 홀로 딸을 키우는 홀아비 택시운전사로 외국 손님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를 갔다가 통금 전에 돌아오면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광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운동을 목도하게 된다.
“신파적으로 감정을 요구하는 영화라기 보단 담담하고 담백한 작품이 가진 시선이 새롭고 상당히 희망적으로 봤다. 당시 광주에서 있던 끔찍한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이 있다면 ‘아픔과 비극을 어떻게 극복해 지금까지 왔고 이 시대를 만들었나’다. 그게 평범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도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 희망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사상이나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도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고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송강호는 앞서 처음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받고 거절했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스스로 ‘거절은 빠르게 하는 배우’라고 소개한 송강호는 ‘변호인’을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고 털어놨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영화는 여러 차례 등장한 바 있다. ‘택시운전사’도 그 중 하나로 치부될 수 있겠지만 확연하게 결이 다르다. 묵직하고 슬픈 이야기지만 담담하고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특별하다. ‘택시운전사’의 시작 역시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에 의해서 시작됐다. 광주의 실황을 전세계적으로 알리는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영화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토마스 크레취만이 맡았다. 송강호는 “영화 속 만섭과 힌츠페터가 소통하듯이 현장에서 대화했다”며 토마스 크레취만과의 호흡을 맞춰본 소감을 밝혔다.
“워낙 말하는 걸 조아한다. 전 듣는 입장이었다. 류준열은 그래도 영어가 좀 되니까 대화를 나누는데 절아 유해진은 기본적인 대화만 나눴다. 촬영 기간이 길어서 중간에 토마스 크레취만의 생일도 있었다. 그때 술도 한 잔 하고 박찬욱 감독님이 현장에 놀러왔을 때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화 ‘의형제’ 이후 장훈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택시운전사’가 마냥 신파로만 흐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을 사람 자체가 담백한 장훈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송강호마저 울컥했던 장면은 광주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마치 축제를 하듯 시위를 하는 신이었다.
8월2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이례적으로 개봉 3주전부터 일반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그리고 일반 시사회를 통해 접한 관객들이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방 관객들과 만날 계획을 앞두고 있는 송강호는 특히 영화의 배경이었던 광주의 관객과의 만남에 긴장감을 표했다.
“지금까진 과분하게 호의를 보여주셔서 고무되어 있다. 광주 무대인사 궁금하다. 어디든 관객들의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그 시대를 관통하지 않아도 광주 시민의 입장은 다를 거다.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어야 하는데 실망스럽지 않을까 우려도 되고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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