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18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정석은 ‘형’의 ‘고두식’도 있었다.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도 안고 있었다. 최근 안방극장을 들었다 놨다 했던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조정석은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자신 안에 있는 어떤 한 부분을 그때마다 캐릭터로 끌어내 오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이나 그래요. 읽다보면 머릿속에서 그림이 바로바로 그려지는 그런 작품이 있어요. 절 기억해 주시는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이 그랬어요. 제가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그림들이 거의 그대로 작품 속에 나오더라구요. 아마도 공감이 됐던 것을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번 ‘형’도 그랬어요. ‘오 나의 귀신님’ 촬영 가던 차안에서 읽으면서 울었다니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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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조건도 참 잘 맞아 떨어질 정도로 거의 갖춰진 상태였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이 얘기가 꽂힌 것이 아무래도 ‘공감’ 적인 부분에 있지 않았나 생각돼요. 제가 형제들이 되게 많아요. 제일 큰 누님이 저랑 19세나 차이나세요. 큰 형님이 16세, 작은 형님은 10세. 엄청나죠. 하하하. 제가 막내이다 보니 오히려 이 얘기가 공감이 됐었나 봐요. 저희 형들 생각도 많이 났었고.”
영화가 공개된 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을 이번 작품 캐릭터 ‘고두식’과 연결하는 평가도 많았다. 그런 지점에 대해 조정석도 일부분은 인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배우 본인의 스타일이 최소한의 지점에서 만난 것은 분명 아니라고 전했다. 굳이 따지자면 조정석의 스타일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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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이 연기한 ‘고두식’이 전작 ‘질투의 화신’ 속 ‘이화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지점은 배우 보는 맛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영화 ‘형’의 변별 포인트는 전반과 후반의 급격한 온도 차이다. 이 점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지점이 영화 전체의 톤을 흔드는 위험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조정석의 생각은 달랐다.
“재미있는데 슬프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형’이 딱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제 생각에는 꽤 무난하게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으로 갖다고 봐요. 신파란 얘기도 있지만 전 동의 안합니다. 너무 눈물 빼려고 달려든 점도 안보였구요. 영화 마지막 엔딩도 꽤 마음에 들었어요. 뭐 하지만 제 의도대로 갈지는 모르죠. 판단은 관객분들의 몫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번 영화 속 ‘고두식’이 동생 ‘고두영’(도경수)과 함께 하는 장면에선 조정석의 코미디 감각이 제대로 발동한다. 그의 전매특허인 ‘납뜩이’가 떠오를 정도였다. 그건 조정석만이 할 수 있고 조정석만 해야 하는 코미디의 색깔이었다. 물론 그것이 조정석의 한계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점이란 양면성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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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뜩이’를 소환했다고 할 만큼 조정석의 속사포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애드리브를 당연히 연상시킬 정도의 대사발이 엄청났다. 상대역인 도경수가 ‘예상 밖의 애드리브’에 당황할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첫 촬영을 조정석과 함께 한 박신혜도 ‘생각지도 못한 대사에 놀랐었다’고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웃었다. 연출을 맡은 권수경 감독도 ‘조정석의 연기는 환상이었다’고 칭찬했다. 조정석은 이들의 얘기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절대 애드리브는 아니었어요. 하하하. 약간의 양념 정도였고.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생각되는 게 아니 그렇게 보이셨다는 게 그만큼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는 거 아닐까요. 사실 감독님이 컷 사인이 되게 늦으셨어요. 대사가 거의 끝이 났고, ‘이제 끝났다’고 생각이 되는데 컷 사인이 없어요. 그래서 즉흥적으로 몇 마디가 나오는 거였죠(웃음). 뭐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장면이 나올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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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에서는 제일 막내인데 이번에는 제일 큰형이 됐어요. 하하하. 흥행 좋죠. 외부 요소도 분명히 따라야 하는 거고. 입소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죠. 글쎄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이번 영화는 자신도 있구요. 일단 ‘형’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올해는 좀 기분 좋게 푹 쉬고 싶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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