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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넌센스2’ 노현희 “영원한 빛나는 조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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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노현희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쉬고 싶지 않아요. 쉬면 병이 나요”

뮤지컬배우 노현희처럼 열일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대중들에겐 방송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공연, 영화, 예능, 트로트 가수까지 전 장르가 가능한 만능엔터테이너다. 그는 콧김을 내뿜는 경주마처럼 끊임없이 도전한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활기찬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 ‘엠네지아’ 순수를 표상하다

‘넌센스2’는 호보켄 음악회 무대를 빌려 감사 콘서트를 하게 된 다섯 명의 수녀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다. 25주년 롱런하는 작품인 만큼 세대를 아우르는 서사와 범관객적 유머코드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노현희는 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잃었던 순수하고 해맑은 수녀 엠네지아를 연기한다.

“이전 넌센스 시리즈에서 로버트 앤 역할을 했었어요. 매력적인 배역이라 관객들도 많이 알아봐주셨죠. 같은 역할로 다시 제안이 들어왔지만 타성에 젖고 싶지 않았어요. 동일한 역할을 하기보단 엠네지아를 통해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었죠. 엠네지아는 탭댄스는 물론 컨트리 가수라 노래도 잘해야 하고 복화술까지 해야 했어요. 그런 점에서 관객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엠네지아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현희가 연기한 엠네지아는 순수하고 엉뚱한 인물이다. 여기에 배우 고유의 발랄한 이미지까지 보태져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했다.

“원작을 찾아보고 대본을 정독하며 내가 연기하는 엠네지아는 어떻게 표현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상실한 엠네지아를 바보 이미지로 만들고 싶지 않았죠. 영혼이 맑고 순수하면서도 자기 논리가 명확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엠네지아는 중간 중간 엉뚱한 발언을 날리면서도 확신을 갖고 행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밝고 명랑하면서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려는 맘으로 공연에 임했어요”

작품에서는 엠네지아를 포함한 다섯 명의 수녀가 모두 주인공이다. 그러나 촉발되는 사건의 중심에는 엠네지아가 서있다.

“엠네지아가 서사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어요. 어쩌면 이 작품이 콘서트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데, 엠네지아로 인해 사건이 있는 드라마로 흘러가거든요. 사실 좀 더 진중하게 표현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에 없던 솔로 넘버도 넣어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결국 관객 분들의 유쾌함을 중심으로 연기하게 됐어요. 덕분에 많은 관객 분들이 엠네지아를 기억해주시죠.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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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노현희


■ 꿈에서도 연습하는 배우

노현희는 엠네지아와 많이 닮아있다. 배우로서 순수를 표상하는 지점이 또렷하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과 배역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려 본분에 충실한다.

“작품을 할 때마다 좋은 기운을 얻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든 나쁜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는 편이죠. 어떤 작품이든 해봐야 나 자신을 맘껏 펼쳐볼 수 있고, 배우로서 안 어울리는 옷도 실컷 입어봐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나이를 먹어도 작품을 고르는 해석능력도 좋을 테고 못한다는 소리도 안 듣겠죠”

그는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천상 배우다. 방송에서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이 ‘엄마 이미지’가 아니라서 일부러 엄마 역할을 찾아 연기한다. 불혹의 나이에는 20대를 연기하기까지 했다. 어디까지나 배우로서 사명감을 안고 전진한다는 도전의 의미가 크다.

“배우는 평생 배워야 해요. 무대 위 인물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 아직도 완벽한 지점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걸 찾기 위해 매일 연습하고 꿈에서도 연습하고 있죠”

아역배우 출신이라 모든 걸 쉽게 밟아온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연습벌레다. 그는 스스로 다른 배우들을 받치고 싶어 한다. ‘노현희는 못 떠도 상대배우는 띄운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상대배우를 서포트한다.

“어렸을 땐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니까 제 멋에 취해 스포트라이트 욕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무대에서 많은 공연을 하다보니까 내가 돋보이려고 오버하기보단 상대배우가 보일 수 있도록 함께 호흡하는 게 훨씬 좋단 걸 알았죠. 앙상블이 아름다워야 최고의 공연이 될 수 있어요. ‘넌센스2’는 어느 한 사람에 치우치지 않고 앙상블이 훌륭한 작품이죠. 스스로 애드리브를 치고 싶어도 철저한 앙상블을 위해 상대배우를 제대로 받쳐주는 것이 좋아요. 그들이 박수를 받으면 행복하죠. 그런 점에서 영원히 빛나는 조연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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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노현희


■ 삶의 결이 남다른 이유

“90년대에 ‘데카메론’이란 작품으로 대학로에서 처음 공연하고 2000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여러 작품을 거쳤어요. 당시엔 팜플렛을 찾아보지 않으면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알기 어려웠죠. 지금은 프로그램북이나 티켓사이트를 통해 확인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넌센스2’는 배역 소개가 없어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었죠. 그래서 커튼콜 때 이름을 소개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생겼어요. 무대 위의 모습과 TV 속 모습이 많이 달라 관객 분들은 TV에서 나오는 노현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배역으로 봐주니 공연으론 성공했지만, 무대출신 배우인 걸 몰라주기도 하는 걸 보면 일장일단이 아닐까요?”

노현희는 방송을 통해 더 알려졌지만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을 꾸준히 해왔다. 워낙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탓에 무대 위에서 더 자유롭다.

“초등학교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톰 소여의 모험’이란 작품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이후 재연배우와 연극배우 활동도 했죠.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다 고등학교 3학년 땐 학업을 위해 잠시 멈추고 무용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항상 춤과 노래 연기 이 3박자를 꿈꿔왔기에 KBS 공채탤런트가 됐죠. 아마 이병헌, 손현주, 김호진, 김정균, 김정란 등 당시 동기들 중에서는 엑스트라를 가장 많이 했을 거예요. 무용과 출신이고 춤과 노래를 하는 면이 그런 역할들을 독차지하게 만들었죠. 방송에서 1인 5역까지 할 정도였지만 무대를 놓진 않았어요”

그는 공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배우활동을 넘어 극단 대표까지 하고 있다. 극단 ‘배우’를 조금씩 키워나가며 대학로 현실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나의 스타에게’라는 연극으로 알려진 ‘배우’는 아직은 영세한 극단이에요. 한 달 이상 길게 공연해본 적이 없죠. 대학로에서 가장 작은 극장에서 4일 동안 공연하고 막을 내린 적도 있어요. 딱 여력이 되는 만큼만 했죠. 사무실이나 연습실도 따로 없어서 건물 지하주차장을 빌려서 연습했어요. 차가 오면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세트를 치워주고 청소도 해주면서 활용했죠. 어두컴컴한 공간에다 형광등을 달고 전기밥솥까지 갖다놓고 집처럼 사용했어요. 배우들이 십시일반 모아 연습하면서 나중에 비용이 마련되면 연습실 대여도 하고 그럴 예정이죠. 조건이 잘 갖춰지면 우리 극단에서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한국적인 작품들도 만들어보고 싶은 야망이 있어요”

노현희는 1년 내내 바쁜 배우다.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들며 ‘경로당 아이유’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트로트 가수 활동은 물론 강단 생활, KBS 공채탤런트 기수로 이뤄진 봉사모임을 통해 틈틈이 봉사활동까지 겸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가운데 자신의 쓰임을 다한다. 무대 위에서나 아래서나 삶의 결이 남다른 배우다.

“연기는 내 에너지에요. 나라는 사람이 무대 위에 녹아들도록 하고 밝은 에너지를 만들어주죠. 덕분에 무대 위에서는 배우로서 뛰어놀 수 있어요. 화려한 조명이나 음향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진전성만 있다면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어떤 무대든 다 소중해요. 평생 배우로 살며 배우로서 눈 감고 싶죠. 훗날 받고 싶은 상을 묻는다면 꼭 공로상을 받고 싶어요. 평생 배우로 몸바쳐왔다는 증거잖아요. 언제라도 배우 노현희로 기억되고 싶죠. 그게 꿈이에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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