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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硏, ‘자외선 차단제’ 독성 분석 국제표준 개발
- 자외선 차단 화장품에 쓰이는 나노물질 광독성 분석기술 개발
이번 연구를 수행한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 허민범(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허민범 책임연구원, 백아름 선임연구원, 이예령 석사과정생, 김은하 석사과정생, 이태걸 책임연구원.[KRISS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자외선 차단 화장품에 쓰이는 나노물질의 안전성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표준으로 등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나노바이오측정그룹이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공동 개발한 ‘나노물질의 급성 광독성 시험법’이 나노기술 국제표준(ISO 4962)에 채택됐다고 29일 밝혔다. 전 세계의 제조업체와 시험 기관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국제표준이 마련돼 소비자들이 더 안전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 화장품에는 산화아연(ZnO), 이산화타이타늄(TiO2), 이산화규소(SiO2)와 같은 나노물질이 쓰인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타이타늄은 자외선을 차단하고, 이산화규소는 화장품의 질감을 개선한다.

다만 이 같은 나노물질들은 자외선과 반응하면 활성산소(ROS)를 발생시키는 특성이 있다. 활성산소는 강한 산화력으로 생체조직을 공격하고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화장품이 피부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노물질이 자외선과 반응할 때 생기는 광독성을 제품화 이전에 정확히 측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ISO 4962(나노물질의 급성 광독성 시험법)의 측정 프로세스.[KRISS 제공]

문제는 현재까지 나노물질의 광독성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시험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OECD에서 제안한 방식(OECD 432)이 존재했지만, 이는 완전히 용해되는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개발된 시험법으로 불용성(不溶性)인 나노물질엔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번 국제표준으로 승인된 ISO 4962 시험법은 자외선 노출량에 따른 나노물질의 광독성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분석 방법이다. 배양한 피부세포에 나노물질을 직접 노출한 후, 자외선을 10분 간격으로 조사해 피부세포의 생존율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국제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은 시험법이 제정됨에 따라 자외선 차단 화장품의 안전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제조업체는 개발한 제품의 광독성과 부작용을 사전 시험해 개선하고, 시험 기관은 시중에 유통되는 화장품의 인체 유해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태걸(왼쪽) 책임연구원과 허민범 책임연구원이 나노물질의 광독성을 측정하고 있다.[KRISS 제공]

또한 미국·중국 등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안전성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화장품 기업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시험법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KRISS와 NIST는 2014년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나노안전성 분야 측정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을 수행해 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물질의 광촉매 활성 측정법’을 국제표준(ISO/TC 229)에 등재한 이후 꾸준히 국제협력 연구를 확대한 결과 두 번째 국제표준을 등재하는 쾌거를 이뤘다.

허민범 나노바이오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화장품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나노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믿을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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