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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해외물량 이전…벼랑끝 몰린 협력사 ‘벙어리냉가슴’
삼성전자 광주공장 생산물량 해외이전에 지역경제 빨간불
매출 85% 감소되는 20년 협력업체 성일이노텍 ‘초상집’
냉장고 45만대 분량 수천억 감소 지역업체 줄폐업 우려
협력사 “광주시, 지역현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성토
22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시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시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삼성전자 광주이전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 가을비가 주적주적 내린 22일 광주평동산단에 있는 성일이노텍(대표 임민자)은 회색빛 우울감으로 가득했다. 삼성전자와 20년째 협력사로 함께 한 이 회사는 내년 폐업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 일부 생산물량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물량감소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충분한 사전협상 없이 물량이전이 결정되면서 성일이노텍은 벼랑끝에 내몰렸다.

문제는 100여곳의 지역 가전업체가 일감이 없어 줄도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이전 물량은 냉장고 45만대 규모로 매출로 환산하면 6000억 상당이다. 협력사마다 30~90% 가량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데 결국 1000명 넘는 일자리도 없어지게 된다.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표현이 광주하남산단, 평동산단에서 나도는 이유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성일이노텍 냉장고 부품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진행중이다. 서인주 기자

대유위니아 법정관리, 체감미분양 1만호, 건설사 릴레이 부도 등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에 삼성전자 생산물량 해외이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때 매출 10조원을 자랑하던 든든한 지역전략사업인 광주가전이 글로벌경쟁력 하락이라는 복병속에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 생산 물량 일부를 해외로 이전한다는 사실을 담은 메일을 지난 7~8월에 걸쳐 협력사들에 발송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냉장고 모델 2개를 이르면 연말부터 멕시코 사업장에서 생산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개별 협력사의 재고 물량을 파악해 보고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냉장고 등 일부물량을 멕시코로 이전할 계획이다. 광주하남산단에 위치한 광주사업장의 모습/서인주 기자

자구책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지역 협력사들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대로면 회사가 망합니다. 100명 넘는 직원들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돼요. 해외이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임민자 성일이노텍 대표의 하소연이다. 지난 2010년 광주로 이전한 이 회사는 글래스인쇄 및 도어 발포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해왔다. 지난 2021년 신규아이템 RF-8000B 물량을 확보하면서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곧이어 40억을 들여 로봇 발포기 등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물량은 예상밖으로 감소했고 결국 빨간불이 들어왔다.

성일이노텍은 RF-8000B 3종, 김치냉장고 2종이 주력 제품이다. 전체 매출의 85%를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물량 이전으로 공급처를 잃게 되면 회사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2차, 3차 협력사들의 도미노 폐업도 우려된다.

실제 매출도 하락세다. 2022년 380억, 2023년 309억, 지난해 311억에 머물렀다. 내년에는 40억 수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전략에 따라 물량 재배치를 추진하면서 경쟁력이 약한 구모델은 현지(해외) 생산으로, 대신 프리미엄모델과 신모델은 광주 생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SNS 발언도 도마위에 올랐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강시장이 지역산업과 기업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광주시가 삼성전자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강기정 시장의 삼성전자 해외물량 이전 SNS게시물을 놓고 협력업체들은 "지역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강 시장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커지고, 광주 제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와 협력사, 그리고 광주시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메이드인 광주 삼성 프리미엄 가전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전 세계 모든 가정의 주방과 거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임 대표는 항의차원에서 강 시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임 대표는 “정책상 멕시코 이전이 불가피하더라도 긴급하고 짧은 일정으로 진행되면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나하나 망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면서 “‘냄비안 개구리’처럼 제2의 성일이노텍 사례가 지역사회에서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긴장감을 표출했다.

임민자 성일이노텍 대표의 현장인터뷰는 서인주부장이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서인주팩토리를 참조하면 된다.

이어 “일정연기와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모여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며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버티고 있다.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 국회의원은 “지난해 대유위니아 사태에 이어 삼성의 갑작스러운 물량 이전 결정으로 광주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며 “광주사업장 비전 제시와 함께 협력업체에 대한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보면, 물량 조정이라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다. 삼성은 광주 말고도 글로벌 11개 제조 사업장이 있다"며 "(가전사업의 경우) 물류비가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인 최적화 과정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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