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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스라엘, 예멘 반군 공습...친이란 ‘저항의 축’ 연쇄 폭격
헤즈볼라 이어 후티 반군까지 공격
이스라엘 공군 1700㎞ 날아 폭격
예멘 반군 4명 숨지고 40명 부상
29일(현지시간) 추모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27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지역인 다히예의 한 아파트 잔해 앞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읽고 있다. 이 아파트 지하에는 친이란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본부가 있었는데, 이스라엘군이 벙커버스터 100개 이상을 집중 폭격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남부사령관 알리 카라키 등이 사망했다. [AFP]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한 이스라엘이 29일(현지시간) 예멘의 후티반군 기반 시설을 공습했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도심을 분쟁 발발 후 처음으로 공습했다.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의 반이스라엘, 반미 무장조직 연대인 ‘저항의 축’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전장을 확대하면서 중동 내 전면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예멘 반군 후티 근거지를 폭격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의 시선이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과 이에 따른 중동 전쟁 우려에 집중된 사이 또 다른 ‘저항의 축’인 후티를 타격한 것이다.

데이비드 아브라함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정찰기를 포함한 수십 대의 공군 항공기가 예멘의 라스이사와 호데이다 등지의 후티 반군 시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예멘 반군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스라엘 공군은 예멘 호데이다까지 약 1700㎞를 날아 폭격 작전을 수행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공습 후 “우리는 매우 멀리 도달할 수 있고 더 먼 곳까지도 도달할 수 있으며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며 “이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행동”이라고 말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공군 지휘통제실에서 예멘 공습을 지켜본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무리 멀어도 적을 공격하는 데에는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예멘에서는 4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후티가 운영하는 보건부가 밝혔다.

예멘 반군은 9월들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은 7월에도 후티의 텔아비브 드론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자 호데이다 항구의 후티 반군 시설을 전투기를 동원, 보복 공습해 3명이 죽고 87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군의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은 더 과감해지고 있다. AP, AFP 통신에 따르면 30일 새벽 베이루트 서남부의 주택가 알콜라에 있는 아파트 한 채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헤즈볼라와 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등과 동시에 전쟁을 벌이는 ‘3면전’을 펼치고 있다. 안보 전문가는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헤즈볼라 위협 제거를 넘어 중동의 안보 질서와 힘의 균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꿔 놓으려는 근본적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7일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를 공습으로 살해하는 등 헤즈볼라 수뇌부를 해체하는 참수 작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각종 미사일을 민간인의 주택에 숨겨뒀다며 의심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폭격도 지속하고 있다.

배후인 이란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를 지원한 이란을 향해 “이란이나 중동 어디도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이것이 얼마나 진실인지 잘 알게 됐을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이란은 7월 31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데 이어 나스랄라가 폭사하자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으나 아직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앞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면서도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저항 세력을 이끄는 헤즈볼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헤즈볼라이며 이란은 지원 역할을 하는 것 뿐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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