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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출 조여도 식지 않는 ‘영끌’, 금리인하 여건조성에 역행

미국이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이 10월 금리인하에 돌입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가 한은 목표치인 2%에 도달한 만큼 핵심 변수는 가계부채와 집값 흐름이다. 그러나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각종 조치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하루 평균 취급액이 추석 연휴 사흘을 뺀 기준으로 전달보다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긴 연휴와 각종 규제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이달 26일까지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18억원으로 주담대가 폭증한 8월(일평균 3596억원)보다 16% 감소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412억원으로 감소폭은 5%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각종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전인 7월(3478억원)과 비슷하다. 대출 한도를 더 죄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에도 신규 주담대가 큰 폭으로 줄지 않은 것은 대출 스케줄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거란 분석이 있다. 지난 7~8월에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증해서다. 주담대는 주택 거래 계약 시점부터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실행돼 대출 시장에 영향을 준다. 다만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 폭이 눈에 띄게 둔화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4918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4조1276억원 늘어났다. 증가 폭만 보면 8월(+9조6259억원)의 43% 수준이다.

집값도 상승 속도가 다소 더뎌지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올라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축소되긴 했지만 2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9월 주택 거래나 집값도 추석 연휴의 영향을 받아 일시적 소강 상태였던 만큼 부동산 시장이 추세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년 반 동안 지속된 통화긴축 시대를 끝냈고 유럽연합·영국·캐나다·중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한국은 물가가 2%대로 안정되고 있음에도 집값과 주담대발 가계부채 탓에 글로벌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국민들이 고금리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정부가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연착륙에 더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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