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성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나노머티리얼즈’ 8월호 표지 이미지.[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인공위성, 우주선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한다. 특히 양성자나 감마선과 같은 우주방사선은 반도체 고장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방사선을 잘 견디고 성능이 우수한 나노소재를 활용해 내방사선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나노소재 반도체에 대한 감마선의 영향과 그 원리를 밝혀 관심을 모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한국재료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2차원 나노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MoS2) 기반 반도체에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이 조사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 특성 변화와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융합연구부 강창구 박사팀과 재료연구원 김용훈 박사팀은 먼저 이황화몰리브덴을 활용해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기판 위에 전자를 차단하는 절연체와 반도체 물질인 이황화몰리브덴을 층으로 쌓고 전극으로 연결해 전기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 소자이다.
트랜지스터를 방사선 측정용 보드 가운데 부착해 실시한 감마선 조사실험.[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이후 트랜지스터에 동위원소인 코발트60(Co-60)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조사해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감마선 조사량이 증가할수록 기존 실리콘 소재와 달리 트랜지스터에 전류가 흐르기 위한 최소한의 전압인 문턱전압이 높아짐과 동시에 전류가 소폭 감소해 반도체에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특이 현상이 관찰됐다.
이 현상의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 감마선이 이황화몰리브덴에 조사되면 전자가 비정상적으로 빠져나와 절연체와의 경계면과 공기층(air gap)으로 들어가는 전자 터널링이 일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또한, 감마선 조사량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전자 터널링 현상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이는 감마선 등의 방사선으로 인한 반도체 고장의 원인이 소자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반도체 내부의 경계면과 제작공정에서 발생한 공기층이 연계되어 발생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공동연구진. 김수진(왼쪽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수진 박사, 강창구 박사, 김용훈 한국재료연구원 박사.[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재료연구원은 트랜지스터를 제작하고, 원자력연구원이 감마선 조사 및 분석을 담당했다.
이번 융합연구는 국제학술지 ‘나노머티리얼즈’ 8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나노소재를 이용한 내방사선 반도체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방사선으로 인해 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열화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밝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