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도표상 전망치도 추가 빅컷 가능성 낮춰
주요 투자은행 “복합 메시지에 의견 박빙”
추가인하 폭 제한되며 채권금리 일부 올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 |
미국의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을 두고 시장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금리를 급격하게 내려야 할 정도로 침체 우려가 커졌단 관점과 과감한 금리 인하로 경기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파월의 입은 후자를 말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시장이 모르는 무언갈 연준은 안다’는 식의 침체 우려를 막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이번 금리 인하는 선제적 조치이며 연내 금리 인하 폭은 일각의 희망적 예상을 하회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고금리 시대의 종언’을 체감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美 ‘빅컷’ 나섰지만, 가파른 인하 기대는 성급=20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이번 결정에 대해 ‘매파적 빅컷’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하면서 향후 회의 때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정책결정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한 것이 근거다.
빅컷을 단행하긴 했지만, 굉장히 복합적 메시지를 내포한 상태란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지속적으로 이번 빅컷이 새로운 속도가 아니며 언제든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같은 제로금리가 재연될 수 있냐는 질문엔 “개인 소견으론 우리가 그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 모두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라며 “아마도 ‘중립금리’가 과거보다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클 수 있는 실질금리 수준을 말한다. 사실상 제로금리와 같은 시절이 돌아오긴 어렵단 얘길 에둘러 한 셈이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이번 빅컷이 매파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은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 확대를 감안하여 빅컷을 단행했지만 점도표에서 19명의 위원중 9명이 금년내 75bp(1bp=0.01%포인트) 이하의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등 매파적 요소가 가미된 복합적 메시지를 보냈다”며 “파월 의장은 25bp 인하 견해를 갖고 있는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리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MS)도 “금일 FOMC는 매우 분열된 회의(divided committee)”라며 “우선 오늘 회의가 만장일치가 아니라 25bp 인하의 소수 의견을 주장한 위원이 존재한 가운데 점도표상 연내 100bp 인하 여부에 대해서도 10대 9로 위원들간 박빙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 9명중 2명은 75bp 인하도 아니고 50bp 인하만을 전망하였으며 이는 오늘 빅컷 감안시 연내 추가 인하는 없다고 예상하는 것으로 매우 매파적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내 금리 인하 폭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으로 제시됐다. 연준은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추가 0.5%포인트 인하까지 총 1.0%포인트를 내리겠단 것인데, 시장의 희망적 시각은 이를 1.25%포인트까지 봤다.
앞으로 미국 금리 결정이 2차례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 빅컷 없이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 두번 정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골드만 삭스(GS)는 “금일 노동시장 둔화 우려를 반영한 연준 빅컷에도 불구하고 점도표상 위원들의 전망치를 보면 여전히 25bp 인하가 베이스라인임을 보여준다”며 “예를 들면 점도표상 중앙값이었던 연내 100bp 인하 전망은 금일 50bp 인하 감안시 남은 두 번의 회의에서 베이비스텝을 취할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에도 달러가치 견조·채권금리는 올라=결과적으로 환율과 채권시장은 빅컷에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약세로 돌아서야 하는 달러는 오히려 강해졌고, 떨어졌어야 하는 국고채 금리는 올랐다. 기준금리는 실제로 떨어졌지만, 이는 선반영된 측면이 강했고, 오히려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단 기대가 꺾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일(1329.5원) 대비 0.5원 내린 1329.0원에 장을 마쳤다. 새벽 2시30분 종가(1329.6원)보다 0.6원 떨어졌다. 환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 폭은 매우 미미했다.
채권금리는 오히려 오르기도 했다. 18일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6210%,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7060%로 전 거래일보다 각각 1.20bp(1bp=0.01%포인트), 5.90bp 올랐다. 우리나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19일 전 거래일보다 2.1bp 오른 연 2.843%에 마감했다.
앞으로 시장 향방은 일본 금리 결정에 따라 더 거세게 움직일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리 차이를 이용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행태인 캐리 트레이드의 흐름을 바꾼다. 그동안은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서 미국 기술주나 호주 등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미국 금리는 내려가고 일본 금리가 올라가면 이 엔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말 일본 금리 인상 후엔 투자자들이 급하게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앞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한번 경험한 일본은행이 두 번 실수를 범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19∼20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향후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방침은 거듭해서 밝혔단 점에서 언젠가 터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은 미국 빅컷에도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다. 이날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위원 9명 중 8명이 금리 유지에 찬성했으며 나머지 1명은 0.25% 인하 의견을 냈다. 좀 더 신중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다. 이르면 11월 금리 인하가 예상되지만, 그 역시 ‘매파적 인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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