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직격탄, 獨공장 폐쇄 검토
중국 BYD 전기차 ‘씰’의 주행 모습 [BYD 홈페이지 캡처] |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 중국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를 넓혀가면서 비(非)중국 브랜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유럽 기업들은 공장 폐쇄까지 검토하는 가운데 업계의 큰손들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점도 주목된다. 천문학적인 자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일 미국 대표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는 내용을 골자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바라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모두 이번 MOU 체결 배경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양사는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 소재의 통합 소싱 방안은 물론 다각적 검토를 거쳐 협력 내용을 점차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 간 동맹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BMW와 일본 토요타는 연료전지차(FCV)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고, 일본 2위와 3위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경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전기차 구동 장치 부품 공통화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는 주요 이유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세 확장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기준 841만대로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중국 전기차 생산량은 954만대로 2023년 12월에는 역대 최대 월 생산량(117만대)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3개년간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 증가율과 판매량 증가율은 모두 감소 추세지만, 판매량 증가율이 더 많이 감소하고 있어 중국 내 전기차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에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 낮추기’에 더욱 적극 나서고 있다.
과열된 가격 인하 경쟁에 직격탄을 맞은 기업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독일 대표 완성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전기차 수요 부진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발목이 잡히면서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 및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BMW 역시 계속되는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 여파로 올해 영업이익(EBIT) 마진 전망치를 기존 8∼10%에서 6∼7%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20%에서 11∼13%로 낮춰 잡았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가격 낮추기 전략을 펴고 있지만, 단순히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는 이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라며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는 만큼 국경을 초월한 업체 간 동맹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서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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