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그레이 영국 총리실 비서실장. [연합]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영국에서 총리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비서실장이 나타났다. 연봉이 무려 ‘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19일(현지 시간) BBC 방송 및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수 그레이 비서실장에게 자신보다도 높은 급여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규정이 변경되면서 그레이 실장의 연봉은 17만파운드(약 2억9900만원)로, 총리보다 3000파운드(약 500만원) 많아졌다.
전임 리시 수낵 총리의 비서실장 리엄 부스 스미스의 급여는 당시 특별 보좌진 최고 연봉 범위였던 14만∼14만5000파운드(2억4600만∼2억5500만원)였다. 비서실장 연봉이 20% 안팎인 2만5000∼3만파운드(약 4400만∼5100만원) 인상된 셈이다.
스타머 총리는 7월 초 취임 직후 특별 보좌진에 대한 급여 범위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보고받고 승인했다.
1957년생인 그레이 실장은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고 2021년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정부의 ‘파티게이트’에 대한 정부 조사를 맡는 등 공직자 윤리와 관련한 업무에 정통한 인물이다.
특히 그가 스타머 총리와의 면담 보고 일정을 통제하고, 고위 관료 임명을 지연시켜 ‘강력한 문고리’ 역할을 한다는 논란이 이미 불거진 터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정무직은 노동당에서 받던 것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제안 받았고, 고용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 보좌관은 “그레이의 연봉에 관한 뉴스가 최후의 일격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이가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BBC에 “바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총리보다 수 천 파운드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제안을 그(그레이)가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그레이 실장은 자신의 급여에 대한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정해진 이후 통지받았다”고 반박했다.
제1야당 보수당에서는 바로 비판이 나왔다.
보수당 대표 경선 선두 주자인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부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그레이에겐 연봉 2만파운드(3500만원) 인상, 연간 연금이 고작 1만3000파운드(2300만원)인 사람들에겐 600파운드(105만원) 삭감, 스타머의 위선은 구린내가 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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