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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노조도 가세했다…“MBK·영풍, 약탈적·적대적 M&A 철회해야”
고려아연 노조 60여 명 MBK 사무실 건물 앞 집결
“국가기간산업 적대적인 사모펀드 세력으로부터 회사 지켜낼 것”
지자체, 정치권서도 공개매수 반대 목소리 나와
고려아연 노조원 60여 명이 MBK 사무실이 들어선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고려아연 노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 노조가 자사 지분 공개매수를 결정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에 “약탈적·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노조원 60여 명은 이날 오전 MBK 사무실이 들어선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MBK가 전날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예고하자, 집회일에 맞춰 이날 새벽 서울에 도착해 집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가 홈플러수 인수 후 점포 수를 줄이고, 임직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를 꼬집으면서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MBK에 회사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려아연 노조 측은 "영풍과 MBK는 지난 50년간 근로자들의 피땀과 헌신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매수하려고 한다"라며 "2000명의 고려아연 근로자는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적대적, 악의적, 약탈적, 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MBK는 이미 과거의 행태를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나아가 국가 산업의 경쟁력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보여줬다"라며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근로자는 MBK의 비인간적 착취에 맞서 강력히 연대하며, 노동자, 가족,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즉각적인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노조는 집회에 앞서 낸 성명에서도 “영풍이 만성적자를 회계상으로만 탈피하고 배당금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사 모으는 등 오너 일가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고려아연 흔들기와 간섭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에서도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수도 울산과 고락을 함께해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다”며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며 “산업수도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울산 기업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노조는 지분 공개매수를 결정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에 “약탈적·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 노조 제공]

앞서 지난 7월 ‘MBK의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역시 최근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기업 지배구조와 재무상태 개선, 효율성 향상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인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논란을 야기해 왔다”며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및 영풍의 주주들은 “이번 공개매수는 범죄와 무능경영을 책임져야 할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이사 등이 중국 등 해외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와 결탁해 사적인 이익만을 목적으로 다수 주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법인 영풍을 마치 사유재산처럼 불법행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추진한 영풍의 주요 주주 및 경영진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 형사고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따른 감독 당국 진정 등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며 “산업수도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울산 기업을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영풍은 지난 13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 고려아연 지분 6.98∼14.61%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MBK는 공개매수 추진 배경과 관련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로 인해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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