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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에 아이 아프면 어쩌나요”…추석 연휴 걱정하는 부모들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영아 사망에 불안↑
응급의학회 “중증 환자만 찾아달라” 부탁도
응급실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추석 때 혹시 아이가 아플까 봐 미리 약을 사놓기는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많이 많이 불안하네요.”

15일 서울 성동구 약국 앞에서 만난 5세 아들을 돌보고 있는 박모(39)씨의 말이다. 최근 연달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영아가 사망하는 등 의료 공백 여파로 인한 각종 사고가 잇따르자,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의료계 역시 응급실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른 소아과 앞에서 만난 송모(43)씨는 “이제는 각자도생하라는 건지, 아이가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휴일에 응급실이 연 곳을 내가 파악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라며 “혹시 몰라 응급의료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놨다”라며 한숨 쉬었다.

이같은 상황은 아이들의 정보를 가장 민감하게 공유하는 ‘맘카페’에서도 이어졌다. 맘카페 회원 A씨는 “응급실 가려고 했는데 가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다”라며 “차라리 카페에 글 올려서 질문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게 맞느냐”라고 했다.

지난 11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4개월 영아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다 서울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기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7시 34분경 파주시 아파트에서 생후 4개월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지만, 11개 병원으로부터 모두 수용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심정지 상태의 영아는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서울 마곡동의 이대서울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소아과 의사들은 연휴에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추석 연휴에 소아 응급실은 평소보다 많은 환자로 매우 혼잡해지면서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이 때문에 중증 환자가 신속한 진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할 위험이 커진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경증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학회는 “야간에는 응급실 방문 전 119 상담을 통해 중증 응급 환자인지 먼저 확인해 주시길 바란다”며 “119 연락 후 판별된 중증 응급환자만 소아응급실을 이용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아픈 아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의대 증원이라는 근거 없는 정책이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소아응급실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사법적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아이가 아플 경우 포털과 앱을 통해 문 여는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확인하라고 설명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e-gen)’ 홈페이지 또는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이용하면 문 연 병원을 확인할 수 있다.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은 사용자 위치 기반으로 주변에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지도로 보여준다. 상황별 응급처치요령과 심폐소생술 방법, 민간구급차 정보 등도 안내하고 있다.

문 여는 약국은 대한약사회의 ‘휴일지킴이약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지역별·요일별로 휴일에도 문을 여는 약국과 연중무휴 약국을 각각 검색해 볼 수 있다. 심야에 여는 약국도 찾을 수 있다.

연휴기간 응급의료기관 및 시설은 매일 전국에서 500개 이상 운영된다. 정부는 연휴 기간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문응급의료센터의 전문의 진찰료를 추가 인상하고, 중증·응급수술에 대한 수가를 인상해 보상을 강화한 바 있다.

서울에서는 연휴 동안 매일 1000개 이상의 병원과 약국이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25개 구 보건소와 7개 시립병원은 ‘비상진료반’을 가동한다. 매일 병원 1200곳, 약국 1300곳이 문을 연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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