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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능력, 인류 살리는 또다른 핵심 요소”
제러미 리프킨, 신간 출간 인터뷰
“신유목 시대, 물 자원 확보 중요
다른 종 끌어안는 Z세대에 희망”
1945년생인 제러미 리프킨은 50년 뒤에 태어난 Z세대를 가리켜 ‘본인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여기고, 다른 동물들을 일종의 가족으로 여기는 첫 세대’라고 명명했다. [민음사 제공]

“지난 1만 년 동안 빙하기와 홀로세를 지나 인간이 농업, 목축을 정복하고 이를 가능케 한 ‘도시 수력 문명’을 건설,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수력 인프라가 붕괴하고 있는 단계에 왔습니다. 수백 만 명의 강제 이주민들은 중동에서 유럽으로, 중앙·남아메리카에서 북미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신유목 시대는 이미 도래한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동의 종말’, ‘제3차 산업혁명’ 등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이 신작 ‘아쿠아 플래닛’을 출간하며 오랜만에 한국 언론 앞에 섰다.

리프킨은 9일 줌 인터뷰에서 인류는 2044년이 되기 전, 지난 6000년간 물을 길들이고 지배할 수 있다는 사고 관념 자체를 바꿔야 하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인 ‘아쿠아 플래닛’ 역시도 지구가 ‘물의 행성’임을 책을 펴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잊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라 할 수 있다.

리프킨은 “자연을 길들이며 살아온 인류가 자본주의 시

스템 도입한 지 200년 만에 재(再)야생화된 지구로 인해 혼돈에 빠졌다“며 “그래서 지구(earth)라고 부르는 대신 구태여 ‘아쿠아 플래닛’으로 불러 주위를 환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야생화 된 지구의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지구 표면의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강수량은 10% 늘어난다. 이로 인해 지구 곳곳에서 겨울에는 폭설이 오고, 눈이 한번도 안 내린 곳에 눈이 내렸다. 극악의 폭염은 인명을 다수 희생시켰고, 엄청난 규모의 산불의 원인이 돼 산림이 무차별적으로 소실됐다.

리프킨은 모든 걸 다 바꾸라고 제언한다.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 경제·정치적으로 택한 시스템, 아이의 교육방식까지도 전부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물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규모 댐을 짓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며 “대신 ‘물 마이크로그리드’(분산 에너지원을 수용하여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관리하는 지역 관리망)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GDP(국내총생산)에서 삶의 질 지표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수직적 경제에서 수평적 경제로 ▷중앙집권화된 가치 사슬에서 분산된 가치 사슬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로 ▷제로섬 게임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세계화가 아니라 세방화(글로컬라이제이션)로 ▷지정학 중심에서 생태 중심 정치 등으로 현 시스템이 점차 전환되고 있다고 리프킨은 말한다.

아울러 1945년생인 리프킨은 1995년부터 2010년생을 뜻하는 ‘Z세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놀라운 세대다. 이 세대는 본인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여기고, 다른 동물들을 일종의 가족으로 여기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감능력이 인류가 지구에서 또 한번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100년 동안 현재 살아있는 종의 절반이 멸종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번의 빙하기에도 호모사피엔스는 살아남았죠. 협력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는 점이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지금은 이 공감능력이 확장되어야 하는 때임이 분명합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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