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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 낮춘 이복현 “감독당국은 최소한 기준 제시, 은행 자율적 대출관리”
‘들쭉날쭉 정책’ 비판 6일만에 톤 조정
김병환 위원장 등판에 입장 재정리한듯
신용·2금융 대출 풍선효과는 모니터링 강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별로 제각각인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은행의 자율 사항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은행의 들쭉날쭉한 정책으로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압박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누그러진 메시지를 낸 것이다.

최근 이 원장의 ‘입’이 시장과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된 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까지 은행의 자율적 관리 방침을 강조하면서 은행의 자율에 더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메시지의 ‘톤’을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및 18개 국내 은행장과 가계부채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그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현장간담회를 마치고 은행장들과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이뤄졌다.

모두발언을 통해 이 원장은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별은행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가계대출 취급에 있어 그간의 심사 경험을 살려 선구안을 발휘하고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은행의 대출정책이 실수요를 제약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던 6일 전 발언에 비해 수위가 낮아진 것이다. 당시 그는 “은행마다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한데 은행이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기준을 맞춰야 한다”며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추세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다.

그간 이 원장과 금감원은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가계대출 계획을 초과하는 은행에는 더 낮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목표를 지정하겠다”는 등 관치(官治)성 구두 개입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과 금융권에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위-금감원 간 ‘엇박자’ 논란까지 일자, 결국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직접 등판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6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는 확고하다”며 “은행의 개별 행위에 대해 관여하기보다 자율적 조치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때문에 이날 이 원장의 발언은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은행의 자율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금융위와 발을 맞추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실수요자 불편 논란에 대해서도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면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은행들은 가계대출 실수요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유주택자에 대한 조건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10일부터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주담대를 내주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1주택자에 대해서도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대출한도를 실수요자의 연소득 100%에서 150%(최대 1억원)로 확대한다.

한편, 금감원은 은행 주담대에 대한 관리 강화로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관리방안을 수립해 나가고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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