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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저축은행중앙회 PF 펀드도 손실 인식 검토…‘경·공매’ 드라이브 거세진다
평가 손실 확대 조짐…유동성 비율 악화 가능성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권 경·공매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들에 자체적으로 추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에 댄 자금을 회계상 평가손실로 처리할 것을 당부한 데 이어, 저축은행중앙회가 추진한 채권 매각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릴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국의 저축은행 경·공매 드라이브가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가 추진한 5400억원 규모의 펀드에 대해서도 수익증권 평가손실 처리를 주문할지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최근 5개 대형 저축은행과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펀드 출자 자금에 대한 자본 변동을 요청했다. 펀드 출자 자금은 회계상 투자금(수익증권)으로 분류되는데, 이렇게 되면 펀드에 자금을 많이 댄 저축은행일수록 평가손실이 늘어나면서 유동성 비율이 악화된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자체 조성한 펀드에 자사 부실 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두고 ‘진성매각’ 여부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부실 채권을 매각할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는데, 자체 펀드의 경우 가격 변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건전성 지표만 개선되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이는 저축은행업권의 질서있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아닌 부실채권 미루기가 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당국은 또 저축은행 자체 펀드 외에도 저축은행중앙회가 주도한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릴지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저축은행이 공동으로 조성한 2차 PF 정상화 펀드 또한 출자한 저축은행과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80%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 진성매각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은 (평가손실을) 2분기에 인식한 곳도 있고, 일부는 3분기에 인식할 예정”이라며 “중앙회 펀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 9월(1차) 330억원, 올해 6월(2차) 5112억원에 걸쳐 약 54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 펀드를 조성했고, 이중 약 4300억원을 집행했다. 펀드 출자에 참여한 저축은행은 1차 10곳, 2차 27곳에 달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펀드 출자 자금을 평가손실로 처리할 경우 BIS 비율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당국은 자산 1조원 미만 저축은행의 경우 7%,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8%로 규제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금감원은 여기에 3%포인트를 더한 10%, 11%를 권고기준으로 두고 있다.

BIS 비율이 권고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에 자본확충방안·유상증자 계획·재무구조 관리 등을 포함한 자본조달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업권에선 이를 두고 저축은행의 자체적인 PF 사업장 경·공매를 유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지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는 등 즉각적인 유동성 개선 조치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저축은행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BIS 비율을 개선하려면 부실 채권을 매각하거나, 사업장 경·공매를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 진성매각 논란으로 펀드를 통한 부실채권 매각은 사실상 어렵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는 하반기 추진 예정이었던 3차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추진될 저축은행 정상화 펀드의 외부 지분을 50%로 확대하라는 (당국의) 암묵적인 권고가 있는 것 같다”면서 “외부지분을 받으려면 그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을 것이고, 이는 펀드 사업수지에 비용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펀드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공매의 경우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개입할 수 없고, 개별 저축은행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사업장 재평가가 추가로 진행될 경우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유동성 비율이 악화돼 경·공매 압박을 받는 저축은행이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79개 전체 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5.04%로 권고 기준을 훨씬 웃돌고 있지만, 일부 저축은행엔 유동성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권고기준을 밑도는 저축은행은 4곳으로, 대형사인 상상인저축은행이 10.45% 수준이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9.72%, 바로저축은행은 10.67%, 라온저축은행 9.01%이다. 당국은 이들 저축은행에 위험가중자산 축소 등 BIS비율 관리계획을 요구해 선제적인 지도에 나선 바 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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