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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쪼개기 상장’이란 주홍글씨로 포기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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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지금 우리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체급을 키우고 있다. 2차 전지와 반도체 등 핵심산업은 이미 글로벌 수준의 체급이지만 미국, EU 등 주요국이 가치사슬을 내재화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국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은 더 큰 규모의 투자와 자금 조달도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여러 자금 조달 방식 중 물적분할 방식은 찬성과 반대 여론으로 나뉜다.

꽁꽁 얼어붙은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수준의 자금 조달을 위해선 물적분할 후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은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의견이다.

물적분할은 본래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식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여러 2차 전지 기업의 물적분할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생겼다. 기업 입장에선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본이 집중된 주식시장을 활용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정유사업의 비중이 높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서 2차 전지사업은 하나의 사업부였다. 회사 명의로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배터리 부문에만 투자금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즉, 사업의 전문성 강화와 대규모 자금을 조달을 위한 선택지였다. 만약 SK텔레콤과 같이 인적분할을 진행했다면 두 기업은 이미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6월 네이버의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모회사)도 나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격은 사업자가 희망한 공모가격 구간의 최상단으로 결정됐다. 공모가격이 최상단으로 결정됐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사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시장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기업공개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상장도 ‘쪼개기 상장’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상장으로,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다. 정말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의 선택이었을까?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사례도 고금리, 경기침체로 위축된 자본시장 상황에서 조달한 자본규모를 고려하면 모회사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만큼 체급을 키웠으니 주주가치가 향상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재무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물적분할과 주주이익 침해 여부를 분석한 연구를 참고해볼 수 있다. 이 연구는 국내 2차전지 기업의 물적분할 사례를 자본조달비용 관점에서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마켓타이밍 효과로 인해 자금조달비용을 감소시켜 오히려 모회사 주주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 기업이 직면한 사업환경은 과거와 다르다. 심화된 경쟁과 까다로운 글로벌 규제환경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체급을 키워야 할 때다. 우리 기업은 주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달라진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여러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LG화학·SK이노베이션·네이버웹툰의 물적분할 사례는 여전히 소액주주에 피해를 주는 쪼개기 상장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선 CJ ENM·카카오·하이브 등 국내 기업을 문어발 확장으로 치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간 경쟁, 주요 국가 간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급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 기업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지금은 우리 기업이 각자의 방식으로 체급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기업을 바라보고 지원할 때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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