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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예정이라 새 임차인과 계약 거절한 건물주…대법 “권리금 회수 방해 아냐”
기존 임차인, 집주인 상대로 소송
1·2심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 맞다”
대법 “아니다, 재건축 필요성·진정성 인정”
대법원[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재건축 계획을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거절한 것은 기존 임차인에 대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9년 된 건물이라 재건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재건축 계획·단계도 구체화한 상태였다는 이유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기존 임차인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7000만원의 손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임차인 A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A씨와 B씨는 2018년 7월, 서울 강서구의 한 건물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2200만원에 월세 260만원 조건으로 A씨는 음식점을 운영했다. 2022년 7월까지 계약 연장, 묵시적 갱신 등이 이뤄졌다.

갈등은 2022년 8월께 A씨가 새 임차인을 확보했을 때 생겼다. A씨는 권리금 7000만원에 새 임차인에게 가게를 넘기려고 했지만 건물주 B씨가 새 임차인에 대한 계약을 거절했다. B씨는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년간의 기간에 한해서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계약이 해제됐다.

권리금을 못 받게 된 A씨는 건물주 B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씨 측은 “B씨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손해를 입었으니 배상하라”며 7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 측 승소로 판결했다. B씨가 막연히 재건축 계힉이 있다는 사정만 들어 짧은 임차기간을 제시한 것은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유정훈 판사는 지난해 2월, “B씨가 A씨에게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의 판단도 A씨 측 일부 승소였다. 2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3-1민사부(부장 이종채)는 배상액을 다소 줄여 2000여만원을 B씨가 A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상가건물의 재건축은 그 진행 여부가 건물주의 자금 조달방법, 계획 등에 크게 좌우돼 상당히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며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하기 전까진 임차인 입장에서 재건축 계획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건물주 B씨가 당시 재건축에 따른 공사시기나 소요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차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다는 일방적인 입장만 내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가 막연히 장래에 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들어 새 임차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짧은 임차기간을 제시한 것은 실질적으로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아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건물에 대한 재건축 필요성과 진정성이 인정된다”며 “건물이 지어진 지 39년이 지났고, B씨가 재건축을 위해 건물의 상당 부분을 공실로 두고 있어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다른 임차인들과 계약에서도 ‘재건축 예정으로 2025년 8월 이후 더이상 임대차를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두고 있다"며 “B씨가 특별히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에게 불합리적 조건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계약 거절 이후 B씨가 모순되는 언행을 했다고 볼 정황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향후 진행될 4번째 재판에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주인 B씨 측이 승소할 것으로 보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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