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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비디아, AI거품론 완전 불식 못했지만…삼성·SK HBM ‘맑음’
2분기 첫 300억달러 돌파...3분기도 기대
D램·낸드 등 메모리 수익성 개선 가시화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치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AI거품론을 완전히 불식시키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HBM에 대한 수요도 견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기 매출 첫 300억달러 돌파...“AI거품론 완전 불식엔 미흡”=엔비디아는 28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122% 상승한 수준이다. 3분기 매출도 325억달러로 예상하며 시장 전망치인 319억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AI거품론’을 완전히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선 분기들과 비교해 시장 예상치와의 격차가 줄어들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때문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8%를 기록하며 폭락했다.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발표는 ‘AI거품론’으로 혼조세를 보였던 AI 관련 기업들의 향후 주가를 판가름할 분수령이었다. 엔비디아 실적은 빅테크들의 AI 투자 지속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마중물이다. 지난달 월스트리트 등 일각에서는 생성형 AI가 막대한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AI거품론이 고개를 들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 지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AI거품론은 다소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의 피크(고점)을 준비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AI고점론을 재점화시켰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증가율이 올해 3분기(21%)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분기부터 매출 증가율은 18%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기업의 클라우드 투자비 증가율도 올 3분기(59%)가 고점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투자비 증가율이 8%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다.

▶HBM 수요 견고...탈(脫)엔비디아 흐름도 긍정적=그럼에도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납품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HBM이 탑재되는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며, 차세대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범용 D램과 낸드가 주도하는 전체 ‘메모리 슈퍼사이클’ 도래에는 변함이 없다.

엔비디아는 이날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을 올해 11월에서 내년 1분기(4분기) 사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가속기 주력 제품인 호퍼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며 “4분기에는 블랙웰 매출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퍼 라인업 중 주력 제품인 H200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HBM3E가 탑재돼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200 출하로 엔비디아의 HBM3E 소비점유율은 6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 4분기~내년 1분기 블랙웰 제품의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엔비디아의 HBM3E 소비는 85% 이상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도 오는 11월 HBM3E 퀄 테스트 통과 후 엔비디아 공급 시작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 매출이 상반기 대비 3.5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 가속기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 납품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는 포인트다.

다만, 블랙웰 제품에 탑재되는 HBM 수량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블랙웰 B100과 B200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2개와 8단 HBM3E 8개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나친 전력 소비 문제가 제기되며 GPU 1개와 12단 HBM3E 4개를 탑재하는 B200A가 출시되는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2단 제품이 8단 제품 보다 가격은 높지만, 수량 자체가 줄어들면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른 빅테크 업체들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AMD는 연말 새로운 AI 가속기 MI325X를 출시한다. AMD는 최근 49억 달러를 투자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에 서버를 공급하는 ZT시스템스를 인수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지속될 전망이다.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가시화되고 있다. 3분기 D램 가격은 전분기 대비 최대 13%, 낸드 가격은 최대 10%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D램 가격 지표인 DXI지수는 지난 5월 1년 6개월만에 3만선을 넘겼다. 하반기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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