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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도 모른다...‘암수범죄’된 딥페이크물
소수 이용 텔레그램 피해인지 한계
올 8월까지 피해 건 작년의 2배
경찰 함정수사 불허…예산도 깎여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입니다. 처음에 모르는 사람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라 삭제를 했는데, 갑자기 제 개인정보를 보내더니 제 얼굴과 합성한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핸드폰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다시 그 연락일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개인정보를 아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진보당 기자회견 중 피해자 발언문 발췌)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범죄가 발생했지만 피해자가 피해를 파악할 수 없거나 신고·고발이 없어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암수범죄’로 인한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딥페이크물은 주로 소수가 가입된 텔레그램방을 통해 유포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피해자조차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하 진흥원)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에 비해 딥페이크물의 신고 건수는 눈에 띄게 낮았다. 진흥원은 디지털 성범죄를 7개 유형(불법촬영·합성·편집(딥페이크물)·유포·유포협박·유포불안·사이버 괴롭힘·기타)로 나누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딥페이크물 피해건수는 423건으로, 전체 피해 건수의 2.9%에 그쳐 타 성범죄 유형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딥페이크물의 피해 건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며, 10명 중 3명이 미성년자 피해자였다. 2021년 176건에서 2022년 212건, 지난해에는 423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이달 25일까지 발생한 피해 건수는 781건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올해 미성년 피해자는 288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36.9%에 달했다. 2018년부터 이달 25일까지 누적된 딥페이크물 피해 건수로만 따지면 2154건에 달한다.

불법촬영물의 경우 불법 성인사이트에 게시되고, 피해를 직접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딥페이크물에 비해 비교적 피해인지가 빠르다. 하지만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의 경우 일명 ‘겹지인방’과 같이 주로 소수의 지인들끼리, 텔레그램방을 이용해 돌려보면서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소수성과 폐쇄성이 특징이기 때문에 피해자조차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인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접하거나 가해자로부터 협박을 받으면서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암수범죄다 보니 딥페이크만으로 경찰에 덜미를 잡히긴 쉽지 않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성유리 박사는 “딥페이크물 성범죄를 저지르는 피고인들은 직접 찍은 성착취물을 만들다 덜미를 잡히는 등 다른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딥페이크물 범죄 등을 저질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 피고인은 대마초를 주문하고, 총 308개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전시하고, 피해자의 동의없이 성관계 영상을 찍는 범죄를 저질렀다.

경찰이 위장수사 등을 통해 딥페이크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지원 예산은 경찰이 요구한 예산안에 비해 70% 깎였다. 경찰은 2022년 ‘디지털 성범죄 관련 장비 예산 요구 및 정부 예산안 반영 현황’에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지원 예산으로 5억1500만원을 반영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실제 책정된 예산은 1억5500만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경찰의 딥페이크 범죄 검거율은 피해 발생 건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년 허위영상물(딥페이크 합성물)의 발생건수 대비 검거건수는 ▷2021년 156건 발생 중 74건(검거율 47.4%) ▷2022년 160건 중 75건(46.9%) ▷2023년 180건 중 93건(51.7%)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논문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신성원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수사가 효율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인적 교육훈련과 기술적 장비 도입을 위한 예산 지원이 필수”라며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코리안 데스크의 국제공조 영역에 해외에 기반한 디지털 성범죄 조직의 관리도 주요 업무사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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