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상속세·배당소득 과세 거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넘어 국내 증시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생 회담을 놓고 여야 신경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선을 확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 기조와 발맞추며 야당과 정책 차별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된 시장과 투자자 여론을 끌어안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제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한 업계종사자들과 현장간담회에서 ▷기업 상속세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투세 폐지를 국내 증시 밸류업을 위해 필요한 세제 개편 예시로 언급했다. 한 대표는 “밸류업은 사실 기업이 하는 것이다. 다만 그 기반과 토대를 만드는 것이 공적 영역에서 하는 일”이라며 “(정부의 몫은) 결국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증시 전체를 밸류업할 수 있는, 촉진할 만한 방식의 세제 개편”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금투세만 관여된 문제는 아니고 우리 주식시장, 자본시장을 어떻게 활성화할까 고민을 서로 나눴다”며 금투세 폐지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과 저는 이 문제에 공감하고,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여야 대표 회담의 주제로 올려서 이 문제에 최선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내에선 주제, 시기, 파급효과를 놓고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선 한 대표가 언급한 세 가지 예시는 앞서 정부의 밸류업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부·여당에서 거론돼 온 주제들이다. 여야 대표 회담 의제로 거론되는 채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놓고 여권 내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 선별 지원을 둘러싼 이견이 불거진 것과 달리 당정 기조가 일치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민주당을 상대로 정책 차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세를 둘러싼 민주당 내부 균열을 키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금투세 유예 또는 완화에 긍정적인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일부 내용을 보완하되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진 의장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앞서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댓글 폭탄에 시달렸고,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최근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를 연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결국 폐지는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달렸다”며 “한 대표가 계속해서 발언할텐데, 민주당도 커지는 폐지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투세 시행을 놓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장과 개인투자자에게는 한 대표의 발언이 ‘시장 안정’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대표는 “지금 필요한 건 부동산에 돈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 활성화”라며 외국인·기관 차별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금투세 폐지 문제가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청년세대 문제라는 점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금은 대부분의 청년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결국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고 응원하는 것은 청년의 꿈과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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