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마약범죄 2021년 이후 두자릿 수 기록
소변검사로 10분이면 총 6종 마약류 검사
입영판정 전원검사...일부 인권침해 우려도
현장에선 “마약류 검사 필요” 긍정적 반응
20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입영대상자들이 혈액검사를 받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마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얘기라 생각했는데 최근 뉴스를 보면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랐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한 번은 와야 하는 이곳에서 마약검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나동민·22·서울 목동)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운 여름. 20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에 자리한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는 침묵 속 간간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만 들렸다.
서울지방병무청에서는 이날 오전과 오후, 1검사장과 2검사장으로 나눠 380명 청년을 대상으로 병역·입영판정검사가 진행됐다.
청년은 심리검사에 이어 X-레이 검사를 비롯한 신체검사를 받았다.
임상병리사가 투명 칸막이가 쳐진 공간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채혈을 진행했다. 피를 뽑는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질감 때문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한번은 거쳐야 하는 입영판정검사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인지 모두 굳게 입을 닫은 채 주사바늘에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이들은 채혈 후 혹시 모를 어지럼증 등 사고를 막기 위해 5분 동안 지혈하며 대기한 뒤 다시 임상병리실로 향했다. 병역법 개정에 따라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입영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병무청은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군 내 마약류 유입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병역법을 개정하고 입영판정검사 때 기존 신체검사와 심리검사에 더해 투약·흡연·섭취 여부 등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선민규 병무청 병역판정검사과 서기관은 “병무청의 마약류 검사는 군 유입 차단이 목적”이라며 “양성판정을 받으면 입영이 보류되고, 해당 인원이 나중에 다시 검사를 받아 음성이 나오면 입영하게 되는데 최종 입영판정검사 결과만 국방부에 통보된다”고 설명했다.
수검자들은 마약류 검사를 위해 화장실로 이동해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제출했다. 임상병리사는 바코드가 부착된 원심관(튜브)에 약 15㎖의 소변을 옮겨 담은 뒤 수검자별 원심관을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처럼 생긴 마약류 간이검사키트와 나란히 놓았다.
먼저 시험지에 소변을 찍어 물이나 이물질 등이 첨가되지는 않았는지, 검사 가능한 소변인지를 확인하는 유효성 검사를 실시했다. 시험지 색이 정상 범위에 들어오고 이상 없음이 확인되자 수검자의 소변을 키트에 떨어뜨렸다.
마약류 간이검사키트는 총 6종의 마약류를 판정할 수 있는 5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다. 왼쪽 첫 번째 칸에서 대마와 필로폰을 시작으로 다음 칸부터 차례대로 몰핀, 케타민, 코카인, 엑스터시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병무청은 마약류 검사를 위해 병역법을 개정하면서 기존 필로폰과 코카인, 몰핀, 대마, 엑스터시와 함께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케타민을 추가해 총 6종으로 검사 범위를 넓혔다.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우선 각각의 칸에 약간의 소변을 떨어뜨리고 타이머를 7~8분으로 맞춘다. 10분 이내 판독해야 검사 결과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두 줄이 뜨면 양성이지만, 마약류 간이검사키트는 이런 줄이 나타나지 않아야 양성이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되면 병무청 국방인사정보체계시스템 입력을 거쳐 국방부와 수검자가 입대할 해당 군으로 공유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줄이 뜨지 않는 양성 반응이 나오면 해당 수검자의 소변 샘플 5~10㎖를 별도의 용기에 담아 밀봉한 뒤 외부기관에 정밀검사를 의뢰하게 된다.
마약류 검사 의뢰서에는 양성 반응이 나온 수검자의 인적사항과 검사지 결과도 첨부한다.
외부기관 정밀검사는 닷새가량 소요된다.
정밀검사에서도 양성판정으로 나오면 해당 수검자 검사를 실시한 지방병무청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지방경찰청으로 명단을 통보해 수사를 받도록 한다.
입영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를 두고 일각에선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됐지만 한달이 지난 현재 현장에선 이 같은 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송보경 서울지방병무청 임상병리사는 “저희가 절차에 대해 설명드리면 모두 별다른 말씀 없이 잘 호응해 주고 있다”며 “마약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조승근(21·서울 서초구) 씨는 “몇몇 사람은 인권침해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저는 요즘 미국 뿐 아니라 한국도 마약에 대한 위험이 커진 만큼 강력하게 마약류 검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에서 학업 중 입영판정검사를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오해성(20·서울 강남구) 씨는 “미국에서는 마약류를 권유받은 적도 있고 길거리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며 “뉴욕 같은 경우 길거리에서 대놓고 마약을 팔기도 하고 대마는 합법이어서 가루형 같은 것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오 씨는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 만큼 마약 문제가 심각한 것 같지는 않지만 병무청에서 실시하는 마약류 검사는 꼭 해야 하고 반드시 밟아야 하는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마약에 중독된 사람을 봤는데 점점 중독되는 게 잘 드러나지 않고 본인은 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통해 잡아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약청정국 대한민국’은 이미 옛이야기가 된 형편이다.
특히 군내 마약 유입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군내 마약범죄로 인한 입건은 2018년 10건, 2019년 21건, 2020년 9건, 2021년 20건, 2022년 33건, 2023년 29건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반기에만 9건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전자담배 형태의 액상대마를 부대로 반입해 흡입하다 적발되고, 지난해에는 6명의 장병이 대마를 택배로 배송받아 부대 안에서 나눠 피웠다 적발되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군 당국은 군내 마약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병무청이 이미 입영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는 것과 함께 국방부 차원에서는 현역으로 복무 중인 장병에 대해서도 연 1회 불시에 마약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7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올해 하반기 중 시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국방부 본부와 국방부 소속기관, 그리고 중령급 이상 장교 등이 지휘하는 부대와 기관에서 정원의 30% 이내를 대상으로 예고 없이 연 1회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군보건의료기관이 소변검사로 시행하며, 결과는 국방부 장관과 각 부대와 기관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국방부는 행정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조만간 부대별 여건을 고려해 군보건의료기관을 통해 복무 중 군인에 대한 마약류 검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 강화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군과 병영생활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원·오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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