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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스포츠 유니폼과 블록코어

나는 마케팅이란 일을 업으로 하며 패션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중 높은 영상 조회수를 올리며 이슈가 된 게 있는데 그 소재가 의외였다. 바로 한화이글스가 스포츠와 패션을 접목해 사업을 전개하는 오버더피치와 만든 콜라보 저지의 네이버쇼핑 단독 출시였다. 공개 직후 내 개인 계정에서만 정말 순식간에 16만 조회에 1000건 이상의 공유, 저장 등 좋은 지표가 나왔다.

물론 한화이글스의 멋있는 팬덤 문화도 한몫을 더했겠지만, 유니폼 저지가 이렇게 패션 인플루언서를 통해서까지 이렇게 주목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얼마 전 무신사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4월 1달 동안 유니폼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지난해 동 기간 대비 5.4배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 초를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16배나 늘었다고 하니 유니폼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중심엔 블록코어 트렌드가 있다. 영국에서 남성 사내를 뜻하는 ‘Bloke’란 단어와 평범한 스타일을 뜻하는 ‘Nomcore’의 합성어다. 아무래도 영국 남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스포츠가 축구이다 보니, 영국에 가면 프리미어 리그의 팀 유니폼을 청바지 등에 같이 입고 다니는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블록코어는 여기서 유래됐다.

스포츠 유니폼이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됐다. 90년대 힙합 씬에서 박시한 야구, 농구 유니폼을 걸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만해도 친구들과 어울려 찍었던 졸업사진을 보면 늘어진 청바지에 나이키 에어포스, 그리고 축구, 럭비, 야구 저지들을 입고 있다. 지금 봐도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다.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신호탄은 2022년 발렌시아가가 쏘아 올렸다. 23SS 시즌 컬렉션을 아디다스와 출시했는데 로고와 심볼의 배치를 축구 유니폼처럼 구현하고, 모델들이 오버사이즈로 연출했다. 이미지는 순식간에 SNS 플랫폼에 번졌다. 한국에선 뉴진스, 블랙핑크 같은 대형 스타들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트렌드가 뜨면 한두해 유행하고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블록코어,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이유는 스포츠란 거대 문화와 연계성에 있다. 우리는 2년마다 올림픽과 월드컵이란 전 세계인의 축제를 기다린다. 사실 발렌시아가가 23SS 컬렉션을 공개했던 시기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맞물린다.

게다가 축구,야구,농구 등 시즌 스포츠가 있다. 팬덤 문화의 열기는 나날이 성숙해져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의 충성도는 쌓일 테니 굿즈와 유니폼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한화이글스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오버더피치 같은 회사도 눈여겨봐야 한다. 비즈니스의 태생이 스포츠의 브랜드 및 패션 상품화다. 이런 성격의 회사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한화이글스 유니폼 저지를 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 이런 DM을 적잖게 받았다. ‘삼성 라이온즈는요?’, ‘두산하고는 안하시나요?’,‘축구팀은 없나요?’. 영국의 유명 탑 밴드 오아시스의 노엘과 리암 갤러거가 맨시티의 저지를 입고 공연을 하는 것처럼 우리 구단들과 유명 스타들의 팬덤이 결합되는 그 날까지. 블록코어는 한참 더 갈 길이 멀지 않을까?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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