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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된 뺑뺑이에 아이 낳을 곳도 없다…의료공백에 응급실 곳곳 파행
지방 이어 서울 대형병원도 응급실 운영 차질
온열질환 환자·출산 임박한 산모도 ‘뺑뺑이’
응급의학회 특위 구성…“수가 인상·수당 지급 必“
반년째 이어지는 전공의 공백에도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인력 중심 구조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반년째 이어지는 의료공백 사태에 코로나19 재유행, 온열질환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곳곳에서 ‘응급실 파행’이 일고 있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진 환자는 1시간의 응급실 뺑뺑이 끝에 숨졌고, 산모는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아이를 낳았다. 정부는 응급실의 진료 차질은 일부 사례이며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의료 현장에서는 이를 위기로 보고 현안 개선 특별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22일 대한응급의학회 등에 따르면 지방부터 시작된 응급실 위기는 최근 서울까지 번졌다. 서울 대형 병원에서도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해 응급실 운영이 축소·중단되고 있다.

서울 한림대강남성심병원의 응급실은 현재 응급실 진료에 일부 차질이 생겼다. 야간에는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 외 신규 환자 수용은 못하고 있다. 전문의들이 당직을 서도 인력이 부족해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다 보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조만간 전문의 한 명이 추가로 사직할 예정이라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또다른 서울 소재 A병원도 응급실 전문의들이 번아웃을 호소해 야간 응급 환자 수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대형 병원은 더 심각하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 운영 중이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의 응급실에서는 의료진 부재로 일부 과목의 진료가 제한됐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중 2명이 병가·휴직을 내 지난 14일 하루 문을 닫은 바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는 모습. [연합]

응급실 파행 도미노에 환자들의 피해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천안에서는 지난 21일 60대 여성 B씨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는데,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기 전 병원 19곳으로부터 거절당해 약 1시간을 구급차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충북 음성군에서 분만 통증을 호소하던 임산부 C씨가 병원을 찾아 헤매다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 당시 음성·진천군에는 임산부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으며, 분만이 가능한 천안과 청주 지역 내 병원 4곳도 병상이 없거나 수술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같은 응급실 파행을 지엽적·한시적 문제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응급실 진료 차질은 그 기관의 (특수한) 개별 사정에 의한 것”이라며 “부분적 진료 제한이 있는 응급실은 5개로 전체의 1.2%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9월엔 인력이 충원돼 문제가 좀 해소될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반발로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료공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난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로 내원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통계 너머를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응급의학회는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해 지난 21일 학회 차원의 현안 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학회는 전국 어디에서나 급성 심정지 환자 발생 시 즉각 119구급대를 수용해 전문심장소생술과 소생 후 전문 처치를 시행할 수 있는 진료 역량이 있는 병원들의 명단도 조사해 공개하기로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체감하고 있는 시도별 응급의료 현황을 파악할 뿐 아니라 다양한 심포지움,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국회, 정부와 함께 응급의료체계 유지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나아가 응급의료 관련 한시적 수가의 상시화, 전공의·전임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등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올해 2월 20일 권역·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의 응급의료 전문의 진찰료 수가를 한시적으로 100% 인상했다. 이어 3월에는 지역응급의료기관 응급 진찰료(1만8870원)도 신설했다. 응급의학회는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인병 이사장은 “국민들께서 느끼고 계실 응급의료에 대한 불편과 불만, 불안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 응급의료 분야에 실질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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