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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 풀로 돌렸는데”… 전기료 걱정에 시민·자영업자 ‘한숨’
8월 여름 전력 수요 역대 최고치 경신
전기료 걱정에 시민·자영업자 걱정 커
“전기료 많이 나올까봐 카페 피서 가”
“전기료가 월세만큼 나올까봐 두렵다”
28일 연속 열대야가 계속되고, 체감온도 35도에 이르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폭염 여파로 다가오는 ‘전기료 고지서’ 걱정에 잠 못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두달 가까이 이어진 폭염으로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 한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한달 가까이 지속됐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날수도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7월 전기료 고지서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각 가정에 발송되고, 8월 고지서 역시 오는 9월부터 순차 배달될 전망이다.

1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여름 전력 최대 수요는 지난 13일 94.6GW(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전력 사용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여름 기록만으로 보면 올해 들어 세번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는 2021년 91.2GW, 2022년 93GW, 23년 93.6GW를 기록했다.

시민과 자영업자들은 ‘전기료 폭탄’ 우려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전기료 고지서의 경우 각 가정과 업장이 정한 전기 사용량 검침일 이후 고지서 발행을 시작한다. 전력 수요가 컸던 8월 전기료의 경우 9월 1~5일 검침 이후부터 전기료 고지서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7월 초에 태어난 신생아가 있어 집에서 24시간을 에어컨을 가동한 지가 두 달을 넘었다”라며 “실내 기온은 27도로 맞춰놓았는데, 실외기가 돌아갈 때마다 월말 전기료 고지서가 눈에 아른거리는 증상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료가 걱정이긴 해도 그렇다고 5세 이하 아이들이 세명이나 있는데 에어컨을 틀지 않기는 어려웠다”라며 “그래도 영아가 집에 있는 경우 한국전력에서 전기료를 7% 할인해주는 혜택이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주부 50대 김모 씨는 “이번 여름의 경우 에어컨을 끄고 30분을 못 버티는 날이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에어컨으로 인한 전기료 걱정 때문에, 세탁기 돌리기도 무섭다”라고 토로했다. 1인 가구 20대 박모씨는 “열대야가 너무 심해서 하루 종일 ‘열대야 모드’로 에어컨을 켜놨는데, 다음 달 전기료가 2배는 넘게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전기료 때문에 인근 24시간 카페로 ‘피서’를 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카페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시스]

소상공인들의 시름 역시 깊다. 서울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한달 전기료가 작년보다 10만원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와 동일하지만, 자영업 특성상 운영시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광진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손님들은 덥다고 나가버리기 부지기수라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다”라며 “폭염이 심한 8월 전기료가 날아오는 것이 벌써 두렵다”라고 하소연했다.

송파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열대야가 계속되는 밤에 손님들을 모으려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장 세게 틀어두는 수밖에 없다”라며 “더워서 손님들도 별로 없는데, 월세만큼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봐 벌써 무섭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도 적자가 심해 전기료를 낮추는 것을 기대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강동구에서 무인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한전의 최근 누적 적자가 수백조원이 넘는다는 뉴스를 봤다”라며 “자영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전기료를 깎아주면 참 좋겠지만,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200조원대 부채로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한전의 이자 비용만 연간 4조원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연매출 6000만원 이하인 영세 소상공인에게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C씨는 “정부 지원책을 보면, 한달에 20만원도 못버는 이들한테 지원해준다는 건데 이건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 가게들은 얼마 안있다가 폐업하는 가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D씨는 “요즘 연매출 6000만원이면 무조건 적자”라며 “안그래도 매출이 안나와서 힘든데, 정부 지원도 하나도 받지 못했다”라고 한숨 쉬었다.

brunch@heraldcorp.com
kimdo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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