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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울릉도의 대변신 -16-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의 놀라운 변화, 금융조합에서 농정활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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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표 울사모편집장, 에세이스트


예전 울릉도의 유일한 관문은 도동항이었으나 지금은 저동항과 사동항으로 확대되어 그 폭이 꽤 넓어졌다
. 그래도 도동은 많은 기관이 밀집해 있어 여전히 울릉도의 중심지로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도동항 입구에 울릉도에서는 흔치 않은 5층 신축건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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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 건물: 농협중앙회,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 울릉농협특산물판매장과 365 Auto Bank 등 안내판이 보인다


지난 510일 남한권 울릉군수를 비롯한 군민들이 모인 가운데 준공식을 했다. 울릉도의 유일한 금융기관인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의 신사옥이다. 20228월 신축공사에 착공한 지 20개월 만에 건물을 완공했다.

건물은 대지면적 124, 지하 1, 지상 5층 전체면적 380여 평 규모로 지어졌다. 항구 쪽으로 문을 낸 특산품 판매장, 365자동화코너, 금융점포, 농정지원단, 울릉군 농업인력중개센터, 직원 숙소 및 주차장 등을 갖췄다.

60
여억 원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육지의 건축비보다 배나 더 든다는 울릉도에 소중한 건물이 또 하나 태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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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신축 준공식에 남한권 군수와 기관장 그리고 많은 주민이 축하 모임을 하고 있다


도동 앞골목도로변에 60여 년간 자리했던 낡고 바래진 콘크리트 건물을 들어내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건물을 만듦으로써 군민들에게 한층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 6, 고향을 찾은 김에 꼭 들려서 내부를 보고 싶었다. 어렸을 적 자주 들락거리던 당시의 농업은행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궁금해서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바로 엘리베이터가 눈에 다가왔다. 은행창구가 2층에 있다는 것이 약간 의아스러웠다.

육지 도심의 은행점포들이 간혹 2층에 있긴 하나 농어촌에 있는 은행이라면 응당 1층에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니 어쩐지 시골 은행 냄새가 나지 않아서다. 2층 창구는 밝고 화려하고 깨끗했다. 그뿐만 아니라 상냥한 표정과 함께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손님을 대하는 여직원의 응대 또한 내게 놀라움을 주었다.

매우 세련된 자태였다. “! 울릉도도 변했구나!”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예전의 울릉도가 아님에 스스로 놀랐다. 무뚝뚝한 경상도 엑센트에 퉁명스러운 반응이 당연히 나올 것을 예상했던 것이 삽시간에 무너져 못내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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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트 입구의 안내판과 은행점포 내부


내게 농협은행은 남다른 관심사다. 돌아가신 선친이 박종호(朴鐘鎬) 초대조합장에 이어 1960년대 초 2대 농협조합장을 지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나의 대학 전공도 농업경제학이었으며 1970년대 중반 한국생사()의 자금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서대문에 있던 농협중앙회 본부와 광화문 쪽에 있던 은행에 수없이 들락거리며 자금조달을 담당했던 경험 때문이다.

또한 한국생사 직원들이 도동 뒷골목에 있던 건견장에서 매년 누에고치를 일괄 수매하여 갔다니 이래저래 농협과의 인연은 꽤 있었는가 보다.

지금의 농협은행 울릉군지부의 전신은 울릉도금융조합(鬱陵島金融組合)’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시대인 1924년 김용범(金容範)외 십여 명이 창립했으며 초대조합장은 일본인 카다오까요시헤이(片岡吉兵衛)였다.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금융에 무지했을 옛날 선인들이 모여서 조합을 만들고 금융업무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해방 후에는 금융조합의 자산과 업무를 인계받아 19565월 농업은행 울릉지점으로 개칭될 때까지 금융조합은 존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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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울릉군농협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그림이 흐리나 옛 농협조합 건물로 보인다. 아래는 최근까지의 건물, 왼쪽에 울릉농협 특산품판매장 간판이 보인다


내게는 금융조합과 농업은행이라는 말이 지금도 생생할 만큼 친숙하나 농협은행은 명칭과 역할 등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야 했다. 1957년 농업협동조합법이 공포되면서 경제 부문은 농업협동조합이, 신용 부문은 농업은행으로 분리되었고 19617월에 다시 농업협동조합으로 병합 운영되었다.

그리고 1981년에 다시 농협중앙회 울릉군지부로 변경되었으며 2012년에 이르러서야 오늘날의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로 이르게 되었다.

지금의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는 울릉도에서 유일무이한 제1금융기관으로서 입출금업무는 물론 카드, 보험, 투자증권 등 각종 파생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11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여수신 실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 2023년도 총여신 950억 원과 총수신 2,500억 원으로 2006년 여신 실적 462억 원과 수신 636억 원에 비하면 괄목한 성장을 했으며 울릉도라는 특수성으로 늘 적자에 시달리던 손익도 2018년 이후에는 완전히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니 신사옥 오픈과 함께 군민들의 기대 또한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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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산품 판매장과 측면에서 본 건물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속하는 특성상 은행의 고유업무 이외에도 각종 농정 지원, 인력 중개 사업과 울릉농협과의 공동사업도 지속하고 있다.

2023
년도 농정 지원사업만 해도 농업용 동력운반차 공급사업, 모노레일 설치사업, 농업인 건강검진료 지원사업 그리고 이동식 저온저장고 지원사업 등에 4억 원이 집행되었으며 인력 중개 사업은 23천만 원을 들여 73곳의 농가에 5,0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중개하거나 지원하여 농업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울릉도 농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울릉군 내의 각종 장학사업 단체에도 매년 끊임없이 장학금 지원을 해오고 있다. 2009년부터 울릉장학회와 북면장학회 그리고 울릉군교육발전위원회에 매년 6천여만 원씩을 지원한 바 있으며 2021년부터는 정부 지침에 따라 출연금으로 지자체에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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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계방향으로 영농폐기물 수거사업, 농가일손돕기, 행복채움 금융교실, 시니어금융교실


NH농협은행 울릉군지부는 울릉농협과 함께 많은 부대사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100세까지 88시니어 금융교실을 열어 금융범죄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금융상식 정보제공을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마을 가꾸기와 초중고생들을 위한 행복채움금융교실을 개최하여 합리적인 금융 마인드와 금융습관을 갖도록 금융교육도 열정을 갖고 시행하고 있다.

또한
농가일손돕기’ ‘영농폐기물 수거사업’ ‘사랑의 집 고쳐주기등 많은 봉사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유년 시절 난 지금의 농협은행 건물 뒤 바깥쪽 빈터에 일본인이 쓰던 녹슨 가마 욕조에서 목욕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다
. 선친이 이곳에 장작불을 지피고 아버님과 형들이 차례로 몸을 녹이면 내가 맨 마지막에 들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또한 청년이 되어서는 농협 전용선을 타고 오징어잡이를 나간 일도 있었다
. 선친께서 조합장으로 계실 때였는데 선장 자리를 독차지해 로라를 돌리면서 오징어 수십 마리를 잡았고 그 멋쟁이 선장이 내게 오징어를 몽땅 다 가져가라고 했던 아련한 추억이 새롭다.

그러고 보니 내게는 농협과의 이런저런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NH농협은행이 명실상부한 울릉도의 제1금융기관이 되어 군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줄 것으로 확신한다. 정말 시의적절한 새로운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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