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상반기 응급실 ‘4차 뺑뺑이’ 작년 수치 넘어섰다
17명 응급실 헤매...매년 증가세
32% 수도권 집중 “전국 불안정”
전공의에 전문의 대거 사직 영향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119 이송 환자가 4차례에 걸쳐 ‘응급실 뺑뺑이’를 돈 사례가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수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구급대 재이송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119구급차 재이송이 총 17건이 발생, 지난해 한 해 전체 건수 (16건)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재이송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연도별로 보면 ▷2020년 2건 ▷2021년 42건 ▷2022년 10건 ▷2023년 16건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와 일반 응급환자가 몰려 ‘응급실 대란’이 발생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4년(2020~2023년) 사이 8배가 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수치를 상회할 정도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말까지 의료계 반발이 계속될 경우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밖에 올해 상반기 구급차 재이송은 총 2326건이 발생했다. ▷병원을 한 번 옮긴 1차 재이송 2219건 ▷2차 재이송 78건 ▷3차 재이송 12건 ▷4차 재이송 17건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총 4227건의 병원 재이송이 발생해 이 중 4113건이 1차 재이송, 2219건이 2차 재이이었다. 3차와 4차는 각각 14건, 16건이었다.

▶인구 밀집한 대도시, ‘응급실 뺑뺑이’ 집중=구급차 재이송이 발생한 지역은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와 서울이 각각 17.3%(403건) 14.3%(333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구급차 재이송 3건 중 1건은 수도권에서 발생한 셈이다. 다음으로는 ▷강원 11.4%(266건) ▷대구 11.0%(258건) ▷전북 7.0%(163건) ▷충남 5.1%(120건) ▷경북 4.6%(109건) ▷경남 4.5%(105건) 등 순이었다.

전공의 이탈 이후 응급 환자가 병원을 옮겨다니던 끝에 사망하는 사례는 실제로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서는 지난달 30일 기초생활수급자였던 40대 남성이 길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인근 병원 14곳으로부터 거부를 당하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사병 진단을 받은 직후 사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경남 김해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60대 트레일러 운전자가 1.5톤 무게의 콘크리트 파일에 깔렸으나, 대형병원 10곳에서 모두 거절 당한 끝에 사망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방 의료붕괴와 별개로 수도권 역시 응급실 의사가 부족하고 배후 진료가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도시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의까지 연쇄 이탈...무너지는 응급실=의대 증원 정책에서 촉발된 의료계 집단행동이 이 같은 상황을 야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발생한 구급차 재이송 중, 사유가 ‘전문의 부재’였던 사례는 41%(955건)를 차지했다. 이는 전공의 이탈 이후 빈자리를 메우던 전문의도 대거 사직서를 낸 영향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소속 전문의 1451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초 조사 시점인 올해 5월 2일 대비 198명(15.8%) 증가한 수치다.

이 여파로 응급실을 운영하는 주요 병원은 잇따라 운영을 축소하고 나섰다. 응급의료를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달부터 응급전문의 1명으로만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한양대병원은 중증 외상 환자는 받지 않는다.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역시 인력난을 이유로 현재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정성국 의원은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환자의 생명이 위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의사들은 환자 재이송과 같은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 시각에도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현장 의료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혜원·안효정 기자

klee@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