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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 주차 문제로 주민 갈등까지
잇단 전기차 화재 발생에 공포감 확산
“미흡한 제도적·법적인 방안 개선 시급”
서울 마포구 한 주차타워에 전기차 입고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도로를 주행할 때에도 괜히 바로 옆에 전기자동차가 보이면 차선 한 번 바꾸면서 조심하고 있어요.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거 같아요. 전기차를 보면 가슴이 떨려요(최근 화재가 난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36세 임모 씨),”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폭발로 빚어진 대형 화재 사고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되면서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거나 앞으로 마련할 전기차 충전소 지하 주차장 설치 금지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생겼다. 반면 전기차주 사이에서는 비판의 화살이 전기차로 향하는 것을 두고 “전기차 탄다고 죄인이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벤츠 전기차 EQE에서 시작된 이 사고로 이로 인해 곁에 있던 차량 140대가 불타고 2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화재가 나기 사흘 전부터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으며, 충전 중인 차량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닷새 뒤인 지난 6일에는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돼 있던 기아 전기차 EV6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차를 임대해서 타고 다녔던 50대 A씨는 경찰에 “전날(5일) 오후 7시께 주차하고 충전기를 꽂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전기차 하부 배터리가 있는 곳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해 불이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기피를 넘어 공포를 느끼는 ‘전기차 포비아’로까지 번지면서 아파트 입주민 간 갈등도 생겨났다.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진입 금지를 요구하기도 하고, 새로 지어지거나 지어질 전기차 충전소는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민 요구가 잇따랐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안건을 두고 우리 아파트도 입주민 토론회를 했는데 찬성하는 입주민들과 전기차 차주들이 드잡이까지 해 경찰이 출동했다”, “흥분한 전기차 차주가 욕설을 하는 입주민 멱살을 잡고 패대기를 치려 했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전기차 차주 사이에서는 “범법자도 아닌데 죄인이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기차 카페에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사용을 막는 아파트에 사용하라며 서울서부지법의 판결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해당 글 게시자는 “특정 차량 유형에 대한 주차 제한은 입주자의 공용부분 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된다는 판결이 나온 적도 있다”며 “지하 주차장의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해라”고 썼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기차 화재로 피해 규모가 커진 근본 원인은 스프링클러 설치 미흡과 오작동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에서도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지영 기자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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