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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업이란 가면…‘우물 안’에서 벗어나는 방법[북적book적]
왜 더 좋은 집·좋은 직업이 필요한가
잃어버린 ‘나의 존재’에 대한 질문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나를 짧은 시간에 소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명함을 건네는 것이다. 명함에는 어느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물론, 회사 내 나의 위치가 적혀있다. 명함을 받은 상대는 거기에 기재된 직급으로 나를 부르면 된다. 현대사회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명함 한 장은 가장 규격화된 자기 소개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명함이 없을 때 나를 설명할 길을 잃어버린다. 명함이 없는 삶, 이것은 과연 제대로 된 인생이라 할 수 있는가.

SK커뮤니케이션즈 인터넷미디어센터장을 거쳐 오가닉미디어랩을 설립한 윤지영은 신간 ‘WHY-돈, 직업, 시간 그리고 존재를 묻다’에서 “직업의 무덤 위에서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아올 질문”을 해보라 제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전히 직업은 개인에게 경제적 토대와 사회적 실현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선택의 순간부터 직업은 자신의 정체성이 되고, 타인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가 된다. 심지어 매일의 출퇴근을 반복하다 보면 직업과 나의 구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 표지

직업의 틀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지은 개인은 늘 불안하다. 끊임없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우물 안에서 열심히 수련했건만, 더 높은 위만 바라보며 끝없는 피라미드를 열심히 올랐건만, 조만간 인공지능(AI)의 역습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에 몸이 떨린다.

불안을 감추는 방법은 더 바쁘게 일하는 것이다. 지금의 성실함이 무엇이라도 보장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그러나 저자는 “심신이 고갈된 피로 상태에서는 질문하는 능력, 들을 수 있는 능력, 발견하는 능력, 사랑하는 능력 등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워라밸을 우선시하고 직업에서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회피를 통한 분리가 아니라 직업에 대한 자각을 통한 분리, 즉 존재적 질문을 스스로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돈과 직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항상 더 풍요롭고, 빛나기 위해 추구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이것들은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씌워준 가면일 수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던진다.

“자신의 ‘왜(Why)’를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더 이상 거짓말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더 잘난 사람으로 포장될 필요가 없어지고, 남과 늘 비교하며 열등하게 느낄 필요 또한 없어진다.”

WHY/ 윤지영 지음/ 이데아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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