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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쇼크, e커머스 부실시스템 손봐야

국내 e커머스 이용자 수 순위 4위와 5위(중국 알리·테무 제외)로 이용자가 각각 400만명이 넘는 티몬과 위메프에서 거래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졌다.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원, 3082억원에 달한다. 이 업체들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약속된 시일에 받지 못한 결제 대금은 최소 수백억원에 이른다. 판매자뿐 아니라 이 두 업체에서 구매한 여행 상품이 취소되는 등 소비자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여름 휴가를 즐기려던 소비자들은 “여행 망쳐놓고 환불도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2021년 일종의 돌려막기식 사업을 하다가 환불 대란이 일어났던 ‘머지 포인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머지포인트는 2018년 음식점·편의점 등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쓸 수 있다며 팔았던 전자화폐다. 10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지만, 2021년 주요 가맹점이 대거 계약을 해지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자체 현금 없이 고객의 선결제 대금으로 서비스를 유지했던 업체는 결국 1000억원대의 환불을 하지 못했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도 자체 보유 현금 없이 판매 대금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다 자금 경색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티몬의 자본총계는 2022년 연결기준 마이너스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위메프 또한 지난해 기준 잠식된 자본규모가 2398억원이다.

두 쇼핑몰의 취약한 재무구조는 모기업인 싱가포르 소재 큐텐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무관하지 않다.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는 티몬·위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커머스, AK몰과 미국 위시 등 국내외 이커머스를 지난 2년간 잇따라 인수했다. 큐텐의 규모를 키운 후, 큐텐 산하 물류 기업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자금력이 부족한 큐텐이 무리하게 몸집을 불렸고 결국 정산 지연이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판매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현금 흐름은 더욱 경색될 것이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이번 사태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도록 하루빨리 티몬·위메프의 지급 여력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차제에 e커머스의 고질적 문제점도 손봐야 한다. 잉여금을 충분히 마련해 두지 않은 상태에서 한 업체로부터 정산받은 대금을 다른 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기응변하는 e쇼핑몰이 다수인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금 결제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판매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맡기는 ‘에스크로 정산시스템’을 의무화하는 등의 사고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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