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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산의 ‘야릇한’ 내부거래…묘수? 꼼수? [홍길용의 화식열전]
직접 거래 대신 분할·주식교환·신주 활용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 지분 싸게 넘겨
시장비용으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 노리듯
두산에너빌리티 일반주주 이익 훼손 우려
유통물량증가·강제상폐 등도 논란 가능성
대주주만 이익…주주총회 통과 낙관 못해

상법에서 정하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주주 보다 회사(대주주)에 유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주총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까지 벌써 들린다. 기대보다 우려가 큰 이유는 뭘까? 계열사 주가가 급등을 활용해 그룹의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부담은 시장이 지고 수혜는 대주주가 누리는 구조다.

이번 개편은 꽤 복잡해 보이지만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다.

①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 (두산밥캣 지배부문 분할)

② 분할법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두산로보틱스 신주 2000만주 발행해 분할법인 주주에 지급)

③합병된 두산로보틱스가 자회사로 편입된 두산밥캣 일반주주 지분 인수해 완전자회사화 (신주 3406만주 발행해 지급)

요약하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붙이는 작업이다.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가) 두산로보틱스가 직접 두산밥캣을 인수하지 않을까? (굳이 인적분할 단계를 거쳤을까?)

나) 두산밥캣 상장을 폐지한 이유는?

※두산에너빌리티=DEB, 두산에너빌리티분할신설법인=DEB2, 두산로보틱스=DRT, 두산밥캣=DBC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전제는 현금 거래가 아닌 주식 교환 방식이다. 값이 많이 오른 DRT 주식으로 대가를 치른다.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돈 안 들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누린다는 뜻이다.

▶ 두산밥캣 할인가로 넘기다…두산에너빌리티에 불리 ㈜두산에는 유리

DRT가 DBC을 직접 인수하려면 DEB가 보유 지분을 넘겨야 한다. 두 회사는 모두 ㈜두산의 자회사다. 지주사 자회사간 지분 보유는 금지돼 있다. DEB가 DBC 지분을 넘기고 DRT 주식을 받으면 법 위반이다. 잠시 보유할 수 있지만 결국엔 팔아야 한다. 지분을 팔면 지배력이 약해진다.

반면 DEB에서 DBC을 지배하는 DEB2를 분할해 DRT와 합병하면 새로 발행되는 DRT 신주 2022만주는 DEB 주주에게 지급된다. DEB 대주주는 ㈜두산이고 ㈜두산은 DRT의 최대주주다. DRT가 발행하는 신주의 30.39%가 ㈜두산의 몫이다. ㈜두산은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률 희석을 줄일 수 있다.

▶ 고무줄 평가 위한 묘수…인적분할 후 비상장

DEB2와 DRT의 거래 내용도 눈길을 끈다. 상장사 인적분할은 존속사와 신설사 모두 상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DEB2는 비상장을 택했다. 덕분에 DRT와의 합병과정에서 DEB2의 가치를 DBC 지분가치 보다 낮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 DEB의 DBC 지분율은 46.11%다. 12일 종가기준 가치는 2조5239억원이다. DEB가 부채를 넘긴 탓에 DEB2의 기업가치는 이보다 낮은 1조6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덕분에 DRT는 DEB로부터 DBC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것보다 신주를 덜 발행해도 된다. 그만큼 ㈜두산의 DRT 지배력 약화 정도가 줄었다는 뜻이다.

DEB가 DEB2를 분할하며 줄인 순 차입금은 1조2000억원이다. 이자비용(연 5.5%)으로 연간 700억원이 안된다. DBC의 2022년 2023년 배당 중 DEB 몫은 830억원, 714억원이었다. 이자비용 절감보다 배당수익 감소가 더 크다. DBC을 제외한 DEB 개별 실적은 지난해에도 적자였다. 이번 거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DBC을 싼 값에 DRT에 넘긴 결정일 가능성이 큰 이유다.

▶ 두산밥캣 상폐 ‘날벼락’, 두산로보틱스 유통물량 급증

DRT는 DEB2와 합병한 후에도 DBC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34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DRT가 알짜 계열사인 DBC을 자회사로 편입하면 안정적인 배당과 재무구조 개선으로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게 된다. DRT는 지난해 매출액 530억원에 1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DBC은 7조5000억원 매출에 7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거뒀다. ‘새우’와 ‘고래’의 몸집 차이다. ‘로봇’이란 테마 덕분에 DRT 주가가 급등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기적이 이뤄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DRT가 발행하는 이 신주는 모두 DBC 일반주주에게 지급된다. 앞서 DEB2 합병 과정에서 발행할 2020만주 가운데 약 70%도 일반주주 몫이다. 두산의 계획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두산의 DRT 지분율은 68%에서 42%로 줄어들게 된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반주주 물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 회사·대주주 이익 우선…주주 설득 과건

㈜두산은 2023년 10월 DRT 상장 과정에서 신주발행(공모가 2만6000원)으로 4000억원 넘는 현금을 확보했고 이후 주가 상승(12일 종가 10만5700원)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4배 이상 커졌다. 덕분에 알짜 계열사인 DBC을 DEB에서 DRT로 옮기는 작업을 현금 투입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대주주와 회사에는 유리하지만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반대 주주가 더 많거나 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가 미리 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무산된다. 매수청구권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주가 흐름이다. 최근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DEB에는 분명 부담이지만 체코 원전 수주가 이뤄진다면 충격이 상쇄될 수도 있다. DBC 주주도 DRT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 이번 개편을 새로운 기회로 수용할 만하다. 회사와 대주주가 일반주주의 고민에 충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주주총회 통과는 낙관이 어려울 듯 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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