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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웅의 탄탄한 라이브 실력…임영웅의 첫 상암 스타디움 콘서트 관람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 임영웅이 상암 스타디움 공연을 완벽하게 해냈다. 총 30곡을 부르는 동안 그의 탄탄한 라이브 실력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한마디로 ‘명품 공연’이었다. 무려 1년간 준비한 임영웅의 콘텐츠가 집대성된 느낌이었다. 필자는 운 좋게도 이 공연을 직관하며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임영웅은 2024년 5월 25~26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주경기장에서 2024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을 열고 공연장을 꽉 채운 10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필자는 공연이 시작하기 한참 전에 도착했는데도, 영웅시대 관객들 대다수는 이미 도착해 질서 정연하게 앉아있었다. 하늘색의 관객들이 임영웅과 공연을 함께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공연장 주변 교통과 주차장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혼란과 무질서는 거의 없었고, 유난히 많이 배치된 안전요원과 교통경찰들이 원활한 흐름을 도왔다.

임영웅은 ‘무지개’로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고, ‘런던보이’와 ‘보금자리’ 등으로 화려하고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이어갔다.

임영웅의 상암 스타디움 콘서트는 첫날은 날씨가 좋았지만, 다음날인 26일은 비가 내렸다. 야외 공연이라 걱정도 됐지만, 관객들은 튼튼한 우의를 받았고, 임영웅은 흔들림이 없었다.

“저는 축구할 때도 비 오는 날이 잘됩니다. ‘수중전’. 공연도 잘 될 것 같아요. 춤은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어요.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가 오는 날에 또 언제 공연을 해 보겠습니까. 한층 더 촉촉해진 감성으로 여러분은 안전하게만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신 만큼 제가 몇십 배 몇백 배 더 보답을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임영웅의 긍정적인 사고관에 또 한번 놀랐다.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이다. 야외 공연장에서 비가 많이 오면 아티스트가 살짝 위축될 수 있는데도 임영웅은 게의치 않았다. 오히려 관객들을 안심시키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임영웅은 노래할 때도 가사가 잘 들리지만, 공연 사이에 이런 멘트를 할 때도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 연세가 있는 관객들이 잘 들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이미 “영웅시대, 소리 질러”라고 인사를 건넨 후, “어제 무대에 섰는데 너무 울컥했다. 오늘은 더 신나게 뛰어놀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비오는 게 문제가 되지 않음을 영웅시대와 약속했다.

이어 임영웅은 공연하기 전 관객들에게 일종의 ‘리츄얼’ 같은 동작들을 부탁했다. 그는 관객들에게 “앞뒤좌우 관객과 인사하는 것이다. 같이 와도, 따로 와도 옆에 있다 보면 인연이 돼 사돈이 된 분들도 있다”고 말하며 임영웅 공연 관객들의 화합을 이끌었다.

이날 비를 가장 많이 맞은 사람은 관객들이 아니라 임영웅이었다. 관객석은 지붕이 있는 좌석이 많았지만, 그라운드 전체를 연결해 무대로 쓰고, 그라운드 중앙에도 섬처럼 만든 무대가 있어 쉴새 없이 이동해야 하는 임영웅은 비를 피할 수가 없었다.

필자는 수많은 공연을 취재했지만, 대형 그라운드 4개 면 전체를 연결시키는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무대를 넓게 사용하는 공연도 처음 봤다. 이 무대는 결국 통로가 돼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가깝게 가려는 임영웅의 염원을 달성시켜주었다.

공연 사이사이 비가 멈추기도 했음에도 빗줄기가 거세지는 중후반에는 임영웅이 중앙 무대에서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다. 감성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휘파람도 직접 불렀다. 박수 갈채가 이어졌고 영웅시대 관객들은 ‘임영웅!’을 외쳤다.

“비가 오니까 하늘이 저에게 특수효과를 내려주신 것 같았다.”

나는 임영웅의 이 멘트가 이날 공연에서 가장 좋았다.

임영웅은 이날 ‘춤신춤왕’ 면모도 제대로 뽐냈다. 다채롭고 멋있는 춤을 선보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런던 보이’와 ‘보금자리’에서는 1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댄서가 나타났고, 유명댄서 립제이가 등장해 분위기를 띄웠다. 신곡 ‘Home’을 통해 댄서크루인 프라우드먼과 함께 메가크루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불과 4년전 '미스터트롯'에서 춤을 익히면서 무대를 준비하던 임영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미스터트롯'을 하면서 춤이 많이 늘었다"고 했듯이 습득력이 매우 좋다.

임영웅의 이날 공연은 블루스와 록, 재즈 등 다양한 버전으로 편곡된 곡들을 선보여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같이 고품격 감성을 담은 노래부터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등 신나는 댄스 트로트 메들리까지 실로 다양했다. 댄스 곡을 부를 때는 “여러분의 도움이 절대 필요한 순서다. 지금부터 대형 노래방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임영웅은 영웅시대를 위해 열기구를 타고 관객에게 다가가는 공중 퍼포먼스도 마련했다. “제가 여러분들 눈을 맞추러 갈 건데요. 여러분들 절대로 일어나서 저를 맞아주시면 안 됩니다. 동시에 일어나시면 큰 일 날 수 있어요. 또 바닥이 미끄러울 수가 있으니까 여러분은 편안하게 앉아서 기다려 주시면 돼요”라고 말한 후 열기구에 올라타 서쪽, 남쪽, 동쪽을 돌며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를 연달아 불렀다.

이 때 부른 노래들은 모두 제목에 ‘사랑’이 들어가 있다. 영웅시대 팬들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열기구에서 내린 뒤 “고소공포증은 없었지만, 쉽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임영웅은 이날 신곡 ‘온기’와 ‘Home’ 무대도 최초로 공개했다. ‘온기’ 뮤직비디오는 단편영화로 제작됐다. 가수 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능력을 보이는 임영웅이다. 예고편 형식으로 이날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는 팬데믹에 혼자 병에 걸리지 않는 체질이 된 임영웅이 함께 지내던 애완견 ‘시월이’를 찾아나섰다. 임영웅이 ‘시월아!’ 하고 부를 때마다 영웅시대는 “네” 하고 화답했다.

임영웅은 “안녕하세요? 배우 임영웅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제 인생 처음으로 단편영화를 찍었어요. 3일 밤을 새워가며 찍은 작품인데요. 휴가를 가서 혼자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독님이 내용을 싹 바꾸셨어요. 30분 길이인데 여러분들이 곧 OTT에서 보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임영웅의 다양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경희 안무단과 함께 랩을 포함한 ‘아비앙또(A bientot)’, EDM 장르인 ‘두 오어 다이(Do or Die), 'Home', 'HERO' 무대를 선보이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아비앙또’는 웅조 왕(임영웅)이 건행국에서 큰 축제가 열려 보러왔다며 화려한 무대를 시작했다. ‘두 오어 다이’에서는 댄스 가수 임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곡 ‘Home’에서는 야광복 입은 댄서들의 안무가 함께 해 볼거리를 선사했으며 ‘HERO’에서는 넓은 그라운드 무대 전체를 안개로 덮은 데다 불꽃놀이로 이어져 관객을 만족시켰다.

임영웅은 팬들의 앙콜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올라, 임영웅의 힘이 최대치로 발휘되는 노래인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와 ‘서울의 달’ ‘인생찬가’를 차례로 불러 3시간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동시에 이번 상암 공연은 오는 8월 28일 CGV를 통해 영화로도 개봉된다는 사실도 알렸다. 공식 캐릭터인 ‘영웅이’ 피규어와 인형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임영웅은 “영웅시대와 함께라면 앞으로도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임영웅은 그라운드를 뛰어준 158명의 홍경희 안무단과 최고의 밴드팀, 공연 스태프, 진행요원에게도 일일이 감사를 표시했다. 특히 “어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업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 자리를 안내한 진행요원이 누구시냐?”면서 전광판에 해당 진행요원을 비추게 한 후 “진정한 히어로시다”고 말했다. 이어 전광판에는 임영웅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생각이 다음과 같은 글로 올라와 긴 여운을 남겼다.

“제가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은 여러분 앞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데뷔 후 2849일이 흘러 이 스타디움에 서게 된 게 누구 때문인지 저는 압니다. 제 힘이 아니라 여러분의 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작은 점에 불과한 저를 수많은 인연의 선들로, 또 큰 우주로 만들어주신 여러분 덕분에 앞으로도 저는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영웅시대.”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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