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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950만명 또 은퇴 시작, 충격파 줄일 안전판 시급

954만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은퇴하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고령층 고용을 위한 정책 지원 없이 지금 대로 가면 성장률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1964~73년생인 2차 베이비 부머들은 전체 인구의 18.6%에 달하는 인구 최대 집단이다. 저출생으로 인구 절벽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노동력 공백이 커지는 구조적 인력난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말이다.

한은의 보고서가 암울한 것 만은 아니다. 뒤집어보면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률 하락을 줄일 수 있다. 한은의 시나리오대로라면 고령층의 근로 의지를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면 성장률 하락을 0.14%포인트 줄이는 게 가능하다. 나아가 재고용 법제화 등 더 강력한 정책 대응을 하면 경제성장률 0.38%포인트 하락을 0.16%포인트로 확 줄일 수 있다. 2031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3%로 추정되는 걸 고려하면 완화 효과가 적지 않다.

산업화 세대와 정보화의 첫 세대인 우리나라 1,2차 베이비 부머는 일 의욕이 남다른 게 사실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5~79세 중 ‘계속 근로’를 희망하는 응답자 비중은 2023년 68.5%로 상당히 높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도 73.0세다. 실제 60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60%를 넘어섰다. 은퇴 후에도 많은 이들이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쌓아온 경험,능력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인적 자본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특히 2차 베이비 부머는 교육수준과 IT 기기 활용 능력도 높아 전문 일자리 종사자 비중이 높다.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스마트 일자리에서도 적응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은 재고용 법제화에 이어 아예 정년을 없애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앞서 2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일을 하고 싶은 시니어층에게 일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직무 정년·정년제의 재검토등을 검토해달라”며 운을 띄웠고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정년을 없애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되는 우리는 절박함이 없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했지만 노사 입장차만 확인했다.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은 기업의 부담을 키워 청년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임금개편과 함께 기업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 미룰 시간이 없다. 매년 100만명씩 새로운 은퇴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적 자본을 살리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경제도 살고 미래 세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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