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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포자·국포자 증가, 사회갈등·양극화 씨앗될 수도

고등학교 2학년 수학과 국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매년 증가해 최근 7년 내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2 중 수학은 6명에 1명꼴, 국어는 12명 중 1명꼴로 기초학력이 모자랐다. 1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2 수학·국어 기초미달 비율은 각각 16.6%와 8.6%였다. 수학과 국어는 첨단기술의 시대 문해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목으로 꼽힌다. 속칭 ‘수포자’ ‘국포자’ 증가를 교육 분야 과제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각별하게 살펴 개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약 3%를 표본으로 추출해 국어·수학·영어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기준은 4수준(우수 학력), 3수준(보통 학력), 2수준(기초 학력), 1수준(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될 대목은 고2 수학·국어 1수준 비율의 일관된 증가 추세다. 고2 수학 1수준 비율은 2019년(9.0%)부터 2020년(13.5%), 2021년(14.2%), 2022년(15.0%)에 이어 4년 연속 늘었다. 고2 국어 1수준 비율도 2018년(3.4%)부터 2019년(4.0%), 2020년(6.8%), 2021년(7.1%), 2022년(8.0%)에 이어 5년 연속 커졌다. 지난해 수학·국어 수치는 전수에서 표본집단 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최고치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고교 성적이 대학과 취업, 임금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초 미달 학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진학·구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사회 갈등과 분열도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번 평가에선 지난해에 이어 학업성취도와 ‘사회·정서적 역량’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공동체의식·협업·갈등해결·스트레스 대처·회복탄력성 등 5항목 모두에서 3수준 이상과 1수준 학생 간 차이가 컸다. 특히 고2의 경우 협업·갈등해결 역량이 ‘높음’으로 나타난 학생 비율이 각 교과 3수준 이상에선 80%를 넘었으나 1수준에선 50% 내외였다. ‘낮음’ 비율은 3수준 이상에선 1% 초반이었으나 1수준에선 7~10%대였다.

학력 격차 심화와 기초학력 미달 증가는 결국 계층간 소득·정보·기술 불평등 확대로 인한 경제양극화로 이어진다. 또 사회 집단·계층간 의사소통을 저해해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정치 양극화를 강화시킨다. 학업성취도를 ‘공부’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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