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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깔리자 포르노 중독? 헛소리한다” 격분한 아마존 원주민들, 무슨 일
마루보족 마을에 설치된 스타링크의 안테나. [뉴욕타임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최근 인공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개통된 아마존의 한 토착 부족이 인터넷 개통 후 음란물에 중독됐다는 '가짜뉴스'가 미국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중심으로 퍼져 최초 기사를 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부족원들이 직접 반박했다.

NYT는 11일(현지시간) "아마존 부족은 포르노에 중독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미국 온라인 사이트 등에서 퍼지는 아마존 마루보족의 '포르노 중독'에 대한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 2일 NYT는 아마존 깊은 밀림에 사는 마루보족 사람들의 일상이 2개월 전 인터넷이 개통된 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하는 기사를 올렸다.

NYT는 이 기사에서 2000여명 마루보 부족원이 인터넷을 마을끼리 연락을 주고받고, 사랑하는 이들과 문자를 교환하고, 긴급 상황을 알리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 중 일부는 인터넷을 이용한 바깥세상과의 연결이 부족 고유의 문화를 해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나이 많은 구성원들은 10대 청소년이 휴대 전화에 달라붙어 그룹채팅을 주고받으며, 미성년자가 음란물을 보는 일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사가 실린 후 뉴욕포스트 등 일부 매체는 NYT를 인용해 "마루보족 사람들이 음란물에 중독됐다"는 제목으로 기사 취지를 왜곡해 재확산했다.

이러한 제목의 기사는 전 세계 100여곳 넘는 웹사이트에 올라왔고, 미 연애메체 TMZ는 "부족의 스타링크 연결이 포르노 중독으로 이어졌다!"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포스트는 "마루보족은 사람들 앞에서 키스를 하는 것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순결한 부족이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런 예절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초 기사를 쓴 NYT의 잭 니카스 기자는 이날 "마루보족 사람들은 음란물에 중독되지 않았다"며 "(취재를 간)숲속 마을에선 그런 일을 보지 못했다. NYT의 기사는 그런 사실을 암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일에 대한 질의에 뉴욕포스트와 TMZ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당사자인 마루보족 사람들도 반발했다.

마루보족 지도자이자 스타링크 개통을 주도한 에녹 마루보는 SNS에 영상을 올려 "이런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이며, 우리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무시하는 편향된 사상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변호사이자 원주민 권리 활동가로 일하는 엘리시오 마루보는 NYT에 이번 가짜뉴스의 확산은 인터넷의 또 다른 위험성을 보여줬다며 "인터넷은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많은 어려움도 가져다준다"고 했다.

한편 마루보족은 아마존 열대우림 깊숙한 곳에 있는 이투이 강을 따라 수백km 떨어진 곳에 흩어져 있는 공동 오두막에 산다. 고유 언어를 쓰고 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은 성을 쓴다. 숲의 정령을 모시고 거미 원숭이를 잡아 수프를 끓이거나 반려동물로 키우는 등의 독특한 문화도 갖고 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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