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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롱 “의회 해산” 佛 30일 조기 총선
대통령 소속 르네상스당 유럽의회 참패
마크롱 승부수 실패시 극우협력 불가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집권여당인 르네상스당이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에 완패할 것으로 예상되자 마크롱 대통령이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럽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지 약 한 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을 통해 30일 총선 1차 투표, 다음달 7일 2차 투표를 하도록 법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우리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드리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시간”이라며 “여러분의 메시지와 우려를 들었고, 응답 없이 지나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통령 임기를 3년 가량 남겨 놓은 데다 오는 7월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는 대형 선거를 치르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처럼 즉각적인 대응을 보인 것은 프랑스 의회에서 그가 이끄는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밀려 과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서다.

유럽의회의 1차 국가별 선거 결과 예측치에 따르면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32%로 압승이 예상된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중도 르네상스당의 예상 득표율은 15.2%에 그쳤다.

결국 집권당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정치적 변화와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에서 의회 해산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고자 할 때 의회 해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파리 소재 사이언스 포 대학 학술·여론조사 전문가인 브루노 카우르에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7년간 대통령직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극우세력과의 투쟁을 목표라고 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참패”라며 “프랑스 유권자가 그를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마크롱이 유럽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에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하면 마크롱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극우 정당과 협력해야 하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27년 대선에서 극우 성향의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열어주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RN의 승리는 오는 2027년 프랑스 대선을 노리는 르펜의 야망에 탄력을 높일 수 있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성급하게 총선을 선언한 것은 르펜의 진격을 초반에 좌절시키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르펜과 RN이 의회에서 다수의 의석을 차지한다면, 마크롱 대통령은 국내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힘을 잃고 극우파를 끌어들인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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