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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초의 나라’ 첫 여성 대통령...셰인바움은 누구
무수한 ‘첫 여성’ 타이틀...엘리트 정치인
기후 전문가, 노벨상 공동수상
오브라도르 대통령 정치적 후계자
2일(현지시간) 멕시코 대통령으로 당선된 집권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셰인바움 당선으로 연방정부 수립 200년 만에 ‘마초 국가’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연방정부 수립 200년 만에 ‘마초 국가’ 멕시코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INE)는 집권당 국가재생운동(모레나)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이 당선됐다고 2일 밤(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셰인바움은 60.7% 후반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28.6% 득표율을 얻은 경쟁 상대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나는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혼자서 해낸 게 아니다.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과 어머니들, 딸들, 손녀들과 함께 해냈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으로 얼룩진 멕시코의 평화 건설에 힘쓰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멕시코를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대선 유세 마지막 날인 29일(현지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예술궁전(팔라시오 데 베야스 아르테스·Palacio de bellas artes) 앞에서 여당 지지자들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 얼굴 사진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

▶‘첫 여성’ 박사·시장, 그리고 대통령=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 출신 엘리트 정치인 셰인바움은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발레 교습과 프랑스어 수업을 받으며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셰인바움 부모는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으로, 1960년대 노동 및 학생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그들은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사본을 벽장에 숨겨 놓을 정도로 헌신적인 좌파였다.

셰인바움은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다. 그간의 멕시코 대통령과는 달리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셰인바움은 ‘최초 여성’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학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1995년 에너지공학 박사과정에 입학해 학위를 받은 첫 여성이 됐다.

셰인바움은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다. 그를 장관으로 임명한 건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0) 현 대통령이다. 셰인바움은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전문가로 참여했다. 그해 IPCC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후 셰인바움은 2011년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좌파 계열 정당인 국가재생운동을 창당할 때 함께했다. 과거 장관 시절부터 국가재생운동 창당까지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함께하면서 셰인바움은 자연스레 오브라도르의 ‘정치적 후계자’가 된다. 셰인바움은 이후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멕시코시티 틀랄판 지역 대표를 지냈다.

멕시코 집권당 국가재건운동의 대선후보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2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미토프스키가 멕시코 경제지 엘이코노미스타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셰인바움은 48.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온건한 이민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공기업 강화”=일찍부터 정치적 자산을 쌓은 셰인바움은 2018년에는 멕시코시티 시장이 되면서 최초의 여성 시장이 됐다.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다양한 행보는 훗날의 자산이 됐다. 당시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 외곽도로 복층 건설과 메트로버스 노선 설계 등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관여했다고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태양열 패널 보급과 토지 무차별 개발 방지 프로젝트 등도 의욕적으로 진행했다. 현지 매체들은 셰인바움을 “주어진 목표를 제시간에 달성하는 절제된 공학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시 행정가로서 그는 사회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지역을 중심으로 ‘기둥’이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센터를 설치했다. 기둥은 사회·문화·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용 자전거(에코비시) 대폭 확대와 전기버스 보급 및 대중교통 활성화도 성과로 꼽힌다.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100여명의 사상자를 낸 2021년 멕시코시티 지하철 12호선 교량 붕괴 참사 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공공안전 분야에 약점을 드러냈다 평가도 상당하다.

셰인바움은 유세 당시 온건한 이민 정책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가속, 공기업 강화 등 현 정부 정책을 대부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셰임바움 당선인은 오는 10월 1일 대통령에 취임한다. 임기는 2030년까지 6년이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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