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아공 총선서 ‘만델라당’ 30년만에 과반 붕괴
현재 ANC 42.85% 득표…1994년 이후 첫 과반 실패
실업률 범죄 등에 민심 심판

29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9일(현지시간) 실시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집권 3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 단독 집권당 자리를 지켰지만 실업률, 빈부격차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됐다.

31일 현재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절반 정도 진행된 가운데 ANC는 42.8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1야당인 친기업 성향의 민주동맹(DA)이 23.32%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0.35%로 그 뒤를 이었다. 원내 제2야당인 경제자유전사(EFF)는 9.56%로 MK에 밀리고 있다.

ANC는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겨 정권을 지켰다. 직전 2019년 총선에서도 57.5%를 득표했다.

아직 개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현지 매체들은 ANC의 과반 득표 실패를 예측하고 있다.

로이터는 남아공 주요 방송사 3곳 중 2곳이 최종 결과에서 ANC의 과반 실패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AP도 한 정부기관과 현지 SABCTV 방송이 초반 개표 결과를 토대로 ANC의 최종 득표율을 약 42%로 예측했다고 전했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통상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에 남아공 총선은 사실상의 대선을 겸하는 셈이다.

ANC가 과반 득표를 못 하면 당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연정을 구성해 400석의 의회에서 과반(201표 이상)을 확보해야 연임할 수 있다.

이같은 지각변동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높은 실업률과 만연한 범죄, 부패,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등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ANC의 지지율에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ANC의 지지율은 줄곧 40%에 그쳤고, 가장 최근인 28일 사회연구재단(SRF) 조사에서도 지난 총선 66%의 투표율을 기준으로 한 ANC의 지지율은 42.2%로 추정됐다.

한 유권자는 AP에 "ANC는 30년간 우리를 실망시켰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이 민심 이반이 뚜렷해지자 유권자의 실망감을 파고들기 위한 신생 정당들도 우후죽순 창당됐다. 이번 총선에 참여한 정당은 50곳 이상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으며, 이들 중 상당 수는 신생 정당이라고 AP는 전했다.

특히 부패 의혹으로 중도 퇴진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창당한 MK는 득표율 3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대 아프리카 외교·리더십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오스카 반 히어든은 "ANC가 50% 이하로 득표하고 있는 이유는 MK 때문"이라고 짚었다.

18세 이상 유권자 2767만여명이 등록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지난 2019년 총선 투표율인 66%를 웃돌 전망이라고 IEC는 전했다. IEC는 투표소 문을 닫는 오후 9시가 넘었더라도 그전에 도착한 유권자가 있다면 이들이 투표를 마칠 때까지 투표소를 연장 운영토록 했다.

IEC는 마지막 투표가 30일 오전 3시까지 이뤄졌다고 전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일 전후 공식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의회는 최종 결과 발표 뒤 14일 이내에 소집돼야 하며, 첫번째 임무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mokiya@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