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조국 러시아를 떠난 유명 반체제 록밴드 Bi-2 멤버들이 이웃나라인 몰도바 시민권을 취득했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Bi-2 특정 멤버들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대통령 비서실장인 아드리안 발루텔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했다.

발루텔 비서실장은 "우리나라는 인간의 존엄성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며 위험에 처한 이들과 연대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몰도바 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등 친서방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Bi-2의 대변인은 밴드의 예술 감독과 기타 연주자, 엔지니어와 가족 등 9명이 몰도바 국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Bi-2가 지난해 산두 대통령과 대면했다며 "몰도바 지도자와 우리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앞서 1980년대 옛 소련에 속했던 벨라루스에서 결성된 Bi-2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전쟁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공연장에서 연주를 거부했다.

이에 콘서트가 잇따라 취소되자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러시아권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해외 공연을 이어왔다.

리드싱어 이고르 보르트닉은 온라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한 후 러시아 당국의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명단에도 올랐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며 외국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는 인물이나 단체에 대해 스파이를 뜻하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한다.

Bi-2는 올 초에 태국 휴양지 푸껫에서 허가 없이 공연한 혐의로 체포돼 일주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당국은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했지만, 이들은 "공연은 현지 법과 관례에 맞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당시 러시아로 추방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2월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모든 멤버가 안전하게 태국에서 떠나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방된 후 이스라엘로 건너가 3월부터 다시 투어를 진행 중이다.

밴드 멤버 중 일부는 이스라엘과 호주 이중 국적자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