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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경제 최악인데 대통령 사망…‘벼랑 끝’ 내몰린 이란의 미래는? [이슈&뷰]
인플레·외교 고립 ‘최악의 상황’
초강경 보수 성향 지도자 사망
WP “잘못된 선택할 위험 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란을 비롯한 중동 정세가 큰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사망한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물로 그의 사망으로 승계구도가 흔들리면서 이란 내부에는 권력투쟁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4면

4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사상 최저치까지 폭락한 통화 가치 등으로 경제난도 심각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 끼어든 상태에서 라이시의 사망에 따른 이란의 대외 노선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이란 국내외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CNN은 “라이시의 죽음은 중동 지역과 이란이 불안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시가 사망한 후 이란의 적대국들이 위협 기회를 노릴 수 있고, 반대로 이란이 그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의 최대 현안은 6월 28일로 잡힌 대통령 보궐선거와 후계 구도다. 외신들은 보선을 계기로 현 정부의 강경 정책에 대한 불만 여론이 더욱 또렷이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보궐선거가 끝나면 차기 최고지도자를 놓고 내부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모흐베르 수석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지만, 36년째 재직 중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거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세습 논란으로 이란 국민의 반감이 커지고 최고지도자의 정통성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란 전문가인 아라쉬 아지지 클렘슨대 선임 강사는 CNN에 “라이시 대통령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여러 파벌 간의 권력 투쟁은 확실히 더 치열해질 것이다”며 “이란이 ‘격동의 시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은 미국의 오랜 제재로 경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란은 2018년 외교적 고립이 시작된 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탈퇴 선언하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가 다시 시작됐다. 이란의 인플레이션은 최고조에 달해 지난해 12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44% 치솟았으며 이란 통화 가치는 지난 2년 사이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해를 ‘인플레이션 통제의 해’로 명명하기도 했다.

NYT는 “미국의 제재와 관료들의 부패 등으로 경제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몇 년째 30%를 넘나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이른바 ‘히잡 시위’가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전국적으로 장기간 확산한 것은 이같은 경제난으로 응축된 불만과 불안이 터져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 정부에 대한 불신은 지난 3월 의회 선거의 사상 최저 전국 투표율 41%로 드러났다.

CNN은 “시위는 대부분 중단되었지만, 개혁과 일자리 그리고 억압적인 종교 통치에서 벗어나길 갈망하는 많은 이란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반정부 심리가 깊이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은 7개월간 이어진 가자 전쟁과 중동지역에 새로운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고위관계자가 사망하자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전례 없는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 군사 기지에 대한 재보복을 감행하며 ‘맞불 공격’을 이어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시의 죽음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존재했던 모호성에 불확실성을 더했다”며 “이는 누군가가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란 상황을 초긴장 상태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에 따라 우리는 인권 및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 및 그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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