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브라이언 키팅 지음·이한음 옮김, 다산초당)=많은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현대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자연의 증거로 대답하고자 노력했다. 그러자 신(神)만이 알 것 같았던 답에 대한 단서가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물리학자를 ‘현대의 철학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쓴 것은 단순히 천재성이나 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주론 최전선에 있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브라이언 키팅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9명과 대화를 통해 이들이 불가능해보이는 질문을 향해 나아갔던 삶의 태도를 조명한다. 연구분야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호기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외적 보상이 아니라 호기심에 이끌릴 때 연구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보상이며, 실패도 앎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의 쓸모와 가치에 제한되지 말고, 호기심이란 나침반을 좇으라고 강조한다.
▶동키호택(임택 지음, 책이라는신화)=황당한 아재인가, 꿈꾸는 돈키호테인가.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많다. 홀로 가기도 하고, 부부나 모녀끼리 떠나기도 한다. 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자도 있지만 대부분 반려견인 경우다. 그러나 임택 여행작가는 보기 드문 가축인 당나귀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 나섰다. 이 독특한 조합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 당나귀가 주인공인 동화를 쓰고 싶다는 열정에서 비롯됐다. 동화에 앞서 당나귀 관련 여행책을 쓰던 저자는 불현듯 당나귀와 함께 여행 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 등 국내에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당나귀 ‘호택’을 데리고 산티아고로 떠나 장장 81일간 머물렀다. 책은 영어판으로도 출간됐는데 구글 번역기가 번역을 맡아 화제를 모은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여행작가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자는 앞서 마을버스로 677일 동안 전 세계를 누빈 그의 첫 여행기 ‘마을버스로 세계여행’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명작의 탄생(이광표 지음, 현암사)=1917년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샘’이란 이름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지만 주최 측에 거부당했다. 그는 33년 뒤 뉴욕의 한 전시에서 같은 작품을 다시 선보였고 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남기며 엄청난 화제가 됐다. 그리고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특별전 ‘마르셀 뒤샹’엔 무려 20만명이 ‘샘’을 보기 위해 찾았다. 변기로 만든 작품이 100년 만에 모두가 인정하는 예술작품이 된 것이다. 명작은 수많은 예술작품 중 선택받은 극소수다.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명작은 사람들의 소비 과정과 시대상과 맞물려 있다. 문화유산 담당기자 출신인 이광표 서원대 교수는 한 작품이 명작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예술 혁명’에 가깝다고 말한다. 과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고 수많은 갈등과 논란을 수반한다는 이유에서다.
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