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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엔드 차이나 쇼크
세계 전기차 시장 장악하는 중국
‘싼 맛’ 벗고 첨단기술로 정면승부
‘제2의 차이나쇼크’ 재현될지 주목

미국이 한국·일본·대만 등과 인공지능(AI)·반도체 기술 연대를 강화하면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굴하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첨단 산업 투자를 늘려 독자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전기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는 27분 만에 5만대가 판매됐고, 36시간 만에 12만대가 팔렸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과 디자인을 갖춘 소형 가전을 앞세운 샤오미는 한때 ‘대륙의 실수’로 불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형 가전에 이어 첨단기술이 필요한 전기차 시장까지 치고 들어오는 모습이다. 중국 전기차 비야디(BYD)는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선두 기업인 미국의 테슬라를 이미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싼 맛에 찾던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하이엔드 시장까지 파고 들며 각국을 긴장시키는 가운데 특히 한국은 또 다른 ‘차이나 쇼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 장악하는 중국=테슬라를 밀어내고 대표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비야디(BYD)는 3년 만에 전기차 판매량을 10배 이상 늘린 괴물 기업이다. 2020년 13만970대에 불과했던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57만대가 됐고, 지난해 4분기에는 판매량 1위 전기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과 독일은 긴장하고 있다. 미 CNBC는 “시걸(BYD의 초소형 전기차)의 예상 외 매출 호조와 BYD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로 미국 디트로이트와 텍사스에서 독일과 일본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업계와 정치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전기차의 가장 큰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은 인건비 절감 뿐 아니라 원자재부터 완성차까지 ‘생산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도 중국 전기차 생산방식을 차용해 선형 컨베이어 벨트에 따라 부품을 조립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슬라는 생산방식을 바꿀 경우 공정이 40% 이상 감소하며, 훨씬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미래의 공장을 지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싼맛’에 구매?...기술로 승부 본다=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도 저가공세 외에도 내비게이션 기술을 고도화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 중이다. 또 진공 청소와 물걸레 청소 기능을 모두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올인원 제품’을 빠르게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중국 에코백스는 2022년부터 전통 강자 미국 아이로봇의 매출을 추월하고 시장 지배자로 우뚝 서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 내수가 포화 상태가 되자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에 주목한 로보락은 지난해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정확한 집계가 없지만 로보락은 지난해 자사 점유율을 35.5%로 분석했다.

‘저품질폰’이라는 인식에 중국 소비자마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스마트폰 시장도 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기술이 발전한데다 ‘애국 마케팅’까지 성공하면서 자국 시장을 꽉 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애플 아이폰의 중국 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다. 반면 중국 업체인 비보와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는 같은 기간 각각 15%, 7% 감소하는 데 그쳤고 화웨이 출하량은 같은 기간 64% 폭증했다.

▶20년 전처럼…‘제2의 차이나쇼크’올 수도=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중국 기업의 공습은 미국에게만 위협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주요국이 자국 제조업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소비가전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내세우는 등 과거와는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차이나쇼크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중국 제품이 전 세계에서 몰려와 글로벌 기업이 타격을 입은 사건을 뜻한다. WSJ은 “중국 기업은 보조금 지급에 힘입어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제품을 해외시장으로 보내고 있다”며 “구매력이 감소한 세계 경제에 제품이 넘치게 해 결국 전체 가격을 하향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00년대초 10%를 밑돌던 중국 제조업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에는 31%로 증가했다.

누구보다 우리나라 기업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 내에서는 ‘자국 기업을 밀어줘야 한다’ 인식에 우리나라 기업이 설 자리가 없고, 하이테크 시장마저 중국이 장악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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